섹시는 필수 가창력은 덤!…한국女가수 비주얼 코드 강세

  • 입력 2005년 8월 10일 03시 07분


시계방향으로 위쪽부터 ‘쥬얼리’ 멤버 서인영, 유니, 채연
시계방향으로 위쪽부터 ‘쥬얼리’ 멤버 서인영, 유니, 채연
2005년 8월. 4인조 여성 그룹 ‘쥬얼리’의 멤버 서인영이 한 번 ‘털었다’ 하면 뭇 남성들, ‘아∼’ 괴성을 지르며 쓰러진다. 가슴과 수평 방향으로 두 팔을 맞잡은 채 몸과 팔을 쉴 새 없이 터는 일명 ‘털기 춤’으로 남성들에게 ‘섹시 여가수’라는 칭호를 받은 그녀. ‘털기 춤’의 일인자로 꼽히는 서인영은 이렇게 말한다. “섹시해지기 위해 털죠.”

2003년 ‘10분 만에 남성을 유혹할 수 있다’고 호언장담한 이효리(‘10 Minutes’), 2004년 말 ‘나나나 춤’을 선보인 채연(‘둘이서’), 그리고 2005년 ‘털기 춤’의 서인영까지 한국 여가수들의 일관된 코드명은 ‘섹시’다.

○ 꺼지지 않는 ‘제2의 이효리’ 열풍

2000년 박지윤의 ‘성인식’이나 2003년 이효리의 ‘10 Minutes’ 등 ‘섹시’ 코드의 성공 이후 ‘제2의 이효리’를 자처하는 여가수들이 잇따라 등장했다. 관능적인 몸매와 춤으로 인기를 얻은 채연과 유니에 이어 에로배우 출신의 하유선과 성은 등으로 섹시 여가수 계보가 이어지고 있다. 최근 데뷔한 여성 4인조 트로트 그룹 ‘LPG’ 역시 슈퍼모델, 미스코리아라는 전력을 내세워 음악에 대한 평가 이전에 ‘섹시 그룹’으로 불리고 있다.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김창남 교수는 “현재 한국 대중음악은 뮤지션보다 TV에 어울리는 엔터테이너 문화가 주류이기 때문에 여성 가수들이 섹시해지는 것은 당연한 현상”이라고 말했다.

○ 귀여움으로 승부하는 日 여가수들

일본의 경우 아무로 나미에나 고다 구미 같은 섹시 콘셉트의 인기 여가수도 있지만 귀여움으로 승부하려는 여가수들이 더 많다. 이웃집 귀여운 소녀 이미지로 인기 있는 모던록 여가수 아이코를 비롯해 10대들에게 인기 있는 여성 10인조 아이돌 그룹 ‘모닝구 무스메’의 경우도 깜찍함과 발랄함으로 이미지 메이킹을 하고 있으며 여성 가수 오쓰카 아이도 귀여운 소녀 로커 이미지로 대중에게 어필하고 있다.

일본 문화 평론가인 김지룡 씨는 “한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개방된 성(性) 문화 때문에 섹시보다는 귀여운 이미지가 대중에게 친근함으로 다가가는 경향이 크다”고 해석했다.

○ ‘섹시’는 시각, 청각은 어디로?

한국 여가수들의 ‘섹시 코드’ 강세에는 △한동안 부진했던 여가수들의 영역 확장 △여성들은 성에 대해 침묵해야 한다는 유교적 관념에 대한 사회적 반발 심리 편승 등 한국 사회의 특성이 담겨 있다. 그러나 가수 겸 DJ 배철수 씨는 “섹시 콘셉트는 제니퍼 로페즈나 비욘세, 토니 브랙스턴 등 유명 팝 여가수에게서 쉽게 찾을 수 있다”며 “이들의 경우 섹시함 이전에 가창력을 인정받았다는 것이 눈여겨볼 만한 점”이라고 차이를 짚었다.

음악 평론가 임진모 씨는 “여가수들의 섹시 콘셉트는 자극적인 시각 예술의 하나이며 영상시대의 당연한 흐름이지만 섹시함의 양상이 획일적일 뿐 아니라 가창력이 부족한 것이 문제”라고 말했다. 섹시 여가수들이 노래 자체의 완성도로 인정받을 수 있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김범석 기자 bsis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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