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렙 도입 밀어붙이기 논란

  • 입력 2005년 6월 25일 03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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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관광부가 지상파 방송의 광고판매를 대행하는 미디어렙(Media Representative) 도입을 무리하게 추진해 논란이 빚어지고 있다.

문화부의 한 관계자는 24일 “방송광고 태스크포스 산하 미디어렙 소위원회가 ‘공영 1개, 민영 1개 미디어렙 도입’을 골자로 한 방안을 확정했다”며 “남은 문제는 도입 시기와 기독교 불교 평화 극동 원음 방송 등 종교방송이 공·민영 중 어느 쪽에 속하느냐다”라고 밝혔다.

그러나 미디어렙 소위에 참가하는 한 인사는 이날 “합의된 사항은 전혀 없다”며 “‘공영-민영’, ‘공영-공영-민영’ 미디어렙을 도입하는 안과 현재 한국방송광고공사(KOBACO) 체제를 개선하는 방안 등 3가지를 놓고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문화부 관계자는 “합의가 안 된 것은 맞지만 그런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뜻”이라고 한발 물러섰다.

이처럼 문화부가 마치 ‘공영-민영 미디어렙’이 확정된 것처럼 유도하는 것은 소위원회의 결론과 상관없이 이 안을 밀어붙이려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관계 전문가들은 방통융합의 거대한 밑그림이 변화하는 상황에서 문화부가 미디어렙의 도입을 서두르는 데 의문을 제기한다.

한 방송학자는 “현재 방송위원회와 정보통신부가 논의 중인 방송통신위원회가 어떻게 만들어지느냐에 따라 방송환경은 물론 방송 광고시장도 바뀐다”며 “미디어렙도 방통위가 설립된 뒤에 논의해야 맞다”고 말했다. 특히 MBC를 공영과 민영 중 어느 쪽에 포함시키느냐에 따라 미디어렙 도입의 방식 자체가 달라질 수 있다는 것.

문화부는 10월까지 세계무역기구(WTO)에 방송 광고시장 개방을 위한 일정을 제시해야 하기 때문에 미디어렙 도입을 서두른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KOBACO의 한 관계자는 “미디어렙의 예상 시장 규모는 연 700억 원에 불과해 외국 광고계가 신경 쓰지 않는 분야”라며 “통상 압력을 우려해서 미디어렙을 도입하겠다고 먼저 나설 필요가 없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런 배경 때문에 문화부가 미디어렙 도입을 서두르는 이유는 가상 및 중간 광고 허용과 마찬가지로 지상파 방송사와 광고계의 입김에 휘둘리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된다.

정동채(鄭東采) 문화부 장관은 올해 초 ‘중간 광고 도입 검토’ 발언을 했으며 문화부는 4월부터 ‘태스크포스’팀을 만들어 가상, 중간 광고 허용, 미디어렙 도입 등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현재 미디어렙 도입에 대해 군소 방송사와 신문업계, PD연합회 등은 △광고단가 인상 △시청률 경쟁 가속화 △중소 광고주 지상파TV 광고 기회 박탈 △군소방송 경영 악화 △신문이나 잡지 등을 포함한 매체 간 불균형 심화 등을 내세워 반대하고 있다.

서정보 기자 suhcho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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