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vel]白頭의 여름…하늘로 뻗은 들꽃 천지여!

  • 입력 2005년 6월 17일 08시 4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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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두산 천지 서쪽 청석봉 아래 노호배 능선에 있는 노랑만병초 군락. 초여름인데도 해발 2500m 지점인 이곳엔 잔설이 성성하다. 조성하 여행전문기자
백두산 천지 서쪽 청석봉 아래 노호배 능선에 있는 노랑만병초 군락. 초여름인데도 해발 2500m 지점인 이곳엔 잔설이 성성하다. 조성하 여행전문기자
여름이 무르익는 7월, 이즈음에 사람들은 멋진 휴가와 휴식에 대한 꿈으로 들뜬다.

그런 7월이 내게는 ‘백두산 시즌 오픈’으로 다가온다. 여행전문기자로 세계를 내 집 드나들듯 했던 지난 10년. 그런 내게 ‘가장 인상 깊은 여행지’로 각인된 곳이 바로 7월 백두산이다. 더 정확히 말하면 ‘백두산 들꽃’이다.

순수한 자연 그대로의 모습이 간직된 곳, 백두산. 그중에서도 들꽃은 천지(天池) 이상으로 마음을 사로잡는 매력 만점의 자연이다.

사람들은 백두산하면 천지부터 떠올린다. 천지를 다녀온 이에게 묻는다. 백두산 형상이 어떻더냐고. 그러면 이렇게 말한다. “글쎄.” 정답이다. 백두산을 다녀와도 그 자태를 기억하는 이가 많지 않다. 왜. 천지만 봤으니까. 대도(大道)가 무문(無門)이면 거산(巨山)은 무형(無形)이다. 산 중에서 산을 보지 못함이라.

산정의 천지만 쳐다보니 뒷덜미로 스쳐 지나치는 산 풍경은 무시되기 일쑤다. 이랬던 이들은 백두산 다녀왔다고 자랑할 게 아니다. 본 게 천지뿐이니까. 천지만 보고 백두산을 보았다 함은 검룡소(한강의 발원지)만 보고 한강을 보았다는 것과 같다. 올여름 백두산을 찾는다면 천지 오르는 산악도로에서, 아니면 천지 연봉 능선에서 과감히 고개 돌려 천지 반대편, 산 아래로 펼쳐진 가공할 장관을 보라고 권한다.

백두임해(白頭林海) 천리수해(千里樹海). 숲이 바다를 이루는 풍경을 여기 말고 또 볼데가 있을까. 이 풍광. 분명 천지를 능가한다. 구름 걷힌 천지를 보기도 어렵지만 숲이 바다처럼 펼쳐진 풍경을 보기는 더 어렵다.

거산 백두의 진면목이라 할 이 풍경. 감탄 뒤에 의문이 따른다. 도대체 얼마나 크기에. 중국인의 대답은 이렇다. 산자락이 500km까지 뻗는다고. 허풍을 감안하더라도 300km는 충분히 된다. 지리산에서 몸을 일으켜 기세좋게 치고 오른 대간의 기운이 폭발하듯 하늘로 솟구친 백두산. 대륙을 향한 호랑이의 포효라 할 만하다.

여름을 알리는 7월. 그러나 천지 아래 백두산은 ‘춘삼월’이다. 백화난만(百花爛漫)의 봄 풍경이 백두산이라고 다를까. 누가 심은 것도, 누가 뿌린 것도 아닌데 산은 온통 꽃 대궐이다. 모두가 산이 심고 산이 키운 자연의 친구들이다.

백두산 고산지대(해발 1800m 이상)를 찾아가 들꽃을 보자면 ‘서파(西坡·서쪽)’가 좋다. 산문(山門)부터 해발 2400m의 청석봉(천지 16연봉 가운데 하나) 아래까지 이어진 도로를 따라 들꽃을 볼 수 있다. 들꽃 흐드러지게 핀 들판, 그것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천지 외벽의 분화구, 그랜드캐니언을 연상케 하는 금강대협곡, 들꽃으로 뒤덮인 풀밭 금강화원과 고산화원 등….

청석봉부터 오르자. 버스 주차장 앞에 1236개의 계단이 기다린다. 30∼40분 정도 걸린다. 하산 코스는 노호배(老虎背)다. ‘호랑이의 등’처럼 부드러운 경사의 구릉이다. 수목생장한계선의 사스래나무 숲까지 이어지는 구릉. 온통 양탄자처럼 푹신푹신한 소관목으로 뒤덮이는데 여름이면 이곳 역시 들꽃 천지를 이룬다. 이 초원의 꽃밭 한가운데서 백두산 자연을 둘러보며 먹는 도시락 점심. 평생의 추억이 된다.

노호배 트레킹 도중 만나는 들꽃. 그중에서도 사람의 마음을 쥐고 흔드는 것은 두메양귀비 노랑만병초 두메자운등이다. 작고 가녀린 이네들이 풍우에 시달리는 모습을 보면 가슴이 메어진다. 나무마저 크지 못해 작은 나무가 풀처럼 바닥에 몸을 붙이고 기는 곳. 그래서 여기 꽃은 더더욱 사랑받는다.

해발 1800m 수목생장한계선 아래로 내려오면 꽃들도 다르다. 키도 훤칠하고 빛깔도 화려하다. 박새, 날개하늘나리, 하늘매발톱, 붓꽃 등등…. 자태 고운 꽃이 수천 평 풀 섶과 숲 속을 한 색깔로 채색한다.

지구가 태어날 때 모습 그대로처럼 자연의 질서가 유지되는 백두산 고산지대. 올여름은 그곳에서 자연의 친구가 되어보자. 들꽃과 바람, 그리고 나비와 벌처럼.

○ 여행정보

◇들꽃트레킹=6월 말∼8월 중순이 제 철. 서파 코스는 누구나 즐길 수 있을 만큼 완만하다. 천지는 계단으로 오른다. 여름에 우박과 장대비가 쏟아지는 악천후도 예상되니 등산 채비는 완벽하게 갖춘다. ◇천지 연봉 트레킹=청석봉∼달문(북쪽) 15km 능선 길 산행. 난이도는 설악산 수준.

○ 패키지 여행상품

백두산 트레킹 전문 백두산닷컴(www.go2744.com)은 들꽃과 천지연봉 트레킹 패키지(4박5일·항공편)를 판매 중. 출발은 7월 6일∼추석연휴(9월 19일), 112만 원. 선박여행(5박 6일)은 75만 원. 1544-7644

지린성(중국)=조성하 여행전문기자 summ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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