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제철화학 이회림회장, 50년 모은 수백억대 문화재 기증

  • 입력 2005년 6월 10일 03시 0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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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원로 기업인이 평생 모은 수백억 원대의 문화재와 미술관을 사회에 기증한다. 동양제철화학 이회림(李會林·88) 명예회장은 조선시대 겸재 정선(謙齋 鄭敾·1676∼1759)의 ‘노송영지도(老松靈芝圖)’와 고려청자 등 50여 년간 수집한 문화재 8400여 점과 이를 보관 전시하고 있는 송암미술관(인천 남구 학익동)을 인천시에 기증하기로 했다.》

이번에 기증하는 8400여 점은 국내 문화재 기증사상 가장 많은 양. 특히 미술관 건물과 땅까지 함께 기증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시가로 환산할 경우, 건물과 땅이 약 150억 원을 넘고 문화재까지 합하면 수백억 원에 이른다.

이 회장은 9일 “나이를 먹어 가면서 얻은 것을 사회에 돌려 줘야 한다고 생각해 왔다”며 “동양화학이 인천에서 성장한 기업이기 때문에 인천시에 기증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북한 개성 출신의 이 회장은 1950년대 동양화학을 세웠으며 오랫동안 국내외에서 문화재를 수집해 왔다.

이번 기증품은 정선의 ‘노송영지도’와 추사 김정희(秋史 金正喜·1786∼1856)의 글씨, 흥선대원군 이하응(李昰應·1820∼1898)의 묵란도(墨蘭圖), 오원 장승업(吾園 張承業·1843∼1897)의 그림 등 조선시대 서화, 청자 백자 분청사기 등 도자기, 각종 금동불상, 안중식(安中植·1861∼1919) 변관식(卞寬植·1899∼1976) 이응노(李應魯·1904∼1989) 김기창(金基昶·1914∼2001) 화백의 근현대 회화 등 다양한 장르의 명품이 망라돼 있다.

정양모(鄭良謨) 전 국립중앙박물관장은 “송암미술관이 소장하고 있는 도자기 중에는 문화재적 가치가 높은 걸작이 많다”고 말했다.

‘노송영지도’는 현재 남아 있는 소나무 버섯 그림 가운데 최고 걸작으로 꼽힌다.

이 회장이 2001년 경매를 통해 7억 원에 구입한 것으로, 당시 국내 미술품 경매사상 최고가를 기록했다. 현재 15억 원 이상을 호가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문화재와 함께 기증되는 송암미술관은 1992년 건립됐으며 대지 4400여 평, 연건평 765평(지하 1층, 지상 2층) 규모.

이 회장은 13일 인천시청을 방문해 안상수(安相洙) 시장에게 기증서를 전달할 예정이다.

이광표 기자 kp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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