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1247억 들인 KBS 수원 드라마센터 놀고있다

  • 입력 2005년 4월 12일 18시 0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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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47억 원을 들여 지은 KBS 수원 드라마센터의 시설 이용률이 40% 정도에 불과해 예산을 낭비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사진 제공 KBS
1247억 원을 들여 지은 KBS 수원 드라마센터의 시설 이용률이 40% 정도에 불과해 예산을 낭비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사진 제공 KBS
KBS가 1247억 원을 들여 지은 경기 수원 드라마센터가 제대로 활용되지 않아 예산 낭비라는 지적이 일고 있다.

KBS 노동조합은 12일 발행한 노보 252호를 통해 “KBS 수신료 낭비의 대표적 사례가 수원 드라마센터”라며 “본사에 있는 드라마제작국을 수원으로 이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노보에 따르면 지난해 본사의 스튜디오 편집실 더빙실의 이용률은 80∼86% 수준이지만 수원센터는 0∼45%로 집계됐다. 지난해 수원센터의 시설 중 편집실의 가동률이 45%로 가장 높았지만 이것도 대부분 외주제작사가 이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원래 12개의 편집실이 있었지만 편집기 8대를 서울 본사로 옮기는 바람에 현재는 4대만 이용할 수 있다.

장비 값만 대당 5억 원이 든 3개의 더빙실은 2002년 22일 동안 사용된 이후 한 차례도 사용되지 않았다. 10여 개의 회의실과 임원실은 비어 있고 17개의 직원 숙소는 1, 2개 방만 1주일에 2, 3일 씩 사용되고 있다.

수원센터를 놀리고 있다는 점은 지난해 감사원 감사에서도 지적됐다. 감사원은 당시 “관리비만 연간 51억 원이 드는 수원센터에 제작본부 이전 등 대책을 마련하고 힘들 경우 매각을 검토하라”며 “수원센터를 내버려 둔 채 공간 부족을 이유로 서울 여의도에 멀티미디어센터를 신축하려는 계획은 재검토하라”고 KBS에 통보한 바 있다.

그러나 KBS 경영진은 드라마 제작 관련 부서의 이전 대신 ‘수신료 콜센터’ 이전이라는 엉뚱한 대책을 내놓고 있다는 것이 노조의 주장이다.

‘수신료 콜센터’는 지난해 5월 서울 여의도 KBS별관 8층에 6000만 원을 들여 만든 사무실을 한번도 써보지 않고 경영진의 지시로 수원센터로 옮기게 됐다. 수원 이전에 따른 전용회선 사용료도 매년 3000만 원씩 추가 지출해야 한다.

노조 관계자는 “정연주 사장이 2003년 취임 초기 ‘한달 안에 드라마제작국을 수원센터로 이전하라’는 해결책을 내놓았지만 PD협회장과 사장 면담 이후 유야무야됐다”며 “당시 PD출신 노조위원장과 PD들을 봐주는 차원에서 중단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노보는 “PD들은 ‘드라마 팀이 수원으로 이전하면 톱스타 섭외가 힘들다’ ‘드라마 후반 작업을 위한 지원시설이 부족하다’ 등의 이유를 대고 있지만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는 아니다”며 “단지 ‘지방’으로 내려가기 싫다는 것 때문에 예산 낭비를 방조하는 것은 아닌지 되돌아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서정보 기자 suhcho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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