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 서거]“종교간 대화 큰 기여”…기독교-불교계 애도

  • 입력 2005년 4월 3일 18시 4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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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님도… 한 스님이 3일 서울 명동성당 본당 지하예배당에 마련된 교황 요한 바오로 2세 분향소를 찾아 향을 피우고 있다. 천주교뿐 아니라 국내 다른 종교지도자들도 이날 종교 간 화합을 위해 애썼던 교황을 애도하는 메시지를 발표했다. AP=연합
스님도… 한 스님이 3일 서울 명동성당 본당 지하예배당에 마련된 교황 요한 바오로 2세 분향소를 찾아 향을 피우고 있다. 천주교뿐 아니라 국내 다른 종교지도자들도 이날 종교 간 화합을 위해 애썼던 교황을 애도하는 메시지를 발표했다. AP=연합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의 서거 소식이 전해진 3일 한국 천주교계도 교황의 서거를 애도하며 분주하게 움직였다. 김수환(金壽煥) 추기경과 주교회의 의장 최창무(崔昌武) 대주교 등은 이날 서울 종로구 혜화동 가톨릭대 성신교정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추모행사 계획을 발표했다. 김 추기경은 이날 “우리는 위대한 세계의 목자(牧者)를 잃었다”면서 “마음이 무겁고 애석한 심경을 표현할 길 없다”고 말했다.

▽추모 계획=천주교 주교회의는 5일 오후 6시 서울 명동성당에서 주교단 공동 집전으로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의 추모미사를 봉헌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날 미사는 최 대주교가 주례를, 김 추기경이 강론을 맡고 교황청 대사와 평신도 대표 등이 추도사를 할 예정이다.

서울 대교구 외 17개 교구도 주교좌(主敎座)성당 중심으로 공식 추모미사를 거행할 예정이다.

주교회의는 이와 함께 김 추기경과 최 대주교, 정명조(鄭明祚·부산교구장), 장익(張益·춘천교구장) 주교로 구성된 조문단을 바티칸에 파견키로 했다.

한편 주한 로마교황청 대사관은 7, 8일 이틀 동안 서울 종로구 궁정동 대사관에 분향소를 마련하기로 했다. 대사관 측은 “대사관에 분향소를 설치해 주한 외교사절과 한국 정부 인사들의 조문을 받기로 했다”면서 “6일까지는 명동성당에 마련된 분향소에서 조문을 받을 방침”이라고 밝혔다.

▽추모 물결=최 대주교는 이날 주교회의 의장 이름으로 발표한 대국민 애도 메시지를 통해 “교황님은 분단된 이 나라 이 겨레의 평화통일을 간절히 염원하면서 그 실현을 향해 음으로 양으로 끊임없이 노력하셨다”고 말했다.

전국 18개 교구는 3일 오전 교황을 위한 추모미사를 봉헌한 데 이어 주교좌성당에 분향소를 마련해 조문을 받고 있다.

명동성당은 이날 새벽 지하 예배당에 분향소를 마련한 데 이어 10차례의 미사 모두를 교황 추모미사로 진행했다. 정진석(鄭鎭奭) 서울대교구장은 2000여 명의 신도들이 참석한 정오미사에서 “전 세계 모든 인류의 정신적 지도자이자 세계 평화에 크게 이바지한 위대한 인물을 잃어버린 데 대해 아쉬움과 슬픔을 금할 수 없다”고 애도했다.

명동성당 추모미사에 참석한 황세진(25·여·경기 부천시 원미구 역곡동) 씨는 “교황이 남기신 평화의 메시지는 천주교 신자뿐 아니라 전 세계 모든 이의 가슴속에 길이 남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명동성당 분향소에는 김 추기경, 한국종교연합 대표 진월 스님, 문희상(文喜相) 열린우리당 의장, 박근혜(朴槿惠) 한나라당 대표 등이 조문했다. 수천 명의 조문 행렬이 온종일 이어졌고 슬픔을 못 이긴 일부 조문객은 울음을 터뜨리기도 했다.

▽김 추기경과 장익 주교의 회고=김 추기경은 이날 “교황은 방한 당시 감동적인 장면을 여러 차례 보이셨다”면서 “대구로 가는 비행기 안에서 교황은 몇 마디 대화를 나누고 곧바로 기도에 들어갔는데, 시간이 흐른 뒤 수행원들이 돌아봤더니 여전히 기도에 열중하고 있었다. 비행기가 아니라 성당 같았다”고 회고했다.

로마에서 유학 중 방한을 앞둔 교황에게 한국어를 가르쳤던 장익 주교는 “(교황께서) 워낙 바쁘신 분이어서 정기적으로 지도는 못 해드리고 40여 차례 거처에 들러 한국말을 가르쳐 드렸다”면서 “교황께서 처음에는 ‘한국에서 모든 말을 한국말로 해야겠다’고 말씀하셔서 깜짝 놀라 ‘아무리 생각해도 그것은 무리입니다’라고 대답하자 ‘중간에 하다 못하더라도 하는 데까진 해봐야 되지 않겠느냐. 어떻게 한국에 가서 다른 나라 말을 하겠는가’라고 반문하셨다”고 회고했다.

▽종교계 반응=불교 개신교계도 이날 잇달아 추모 메시지를 발표했다. 불교 조계종 총무원장 법장(法長) 스님은 “반목과 갈등과 투쟁이 심한 이 세상에서 평화, 평등, 자유를 주창한 어버이 같은 분이었다”고 말했고, 천태종 전운덕(田雲德) 총무원장은 “교황님께서 영원한 안식을 누리시기를 기원한다”고 추모했다.

한국기독교총연합회는 “위대한 종교지도자인 교황의 서거를 온 세계인과 함께 진심으로 애도한다”고 밝혔고,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KNCC)는 “교황께서는 세계 평화와 종교 간의 대화에 크게 기여하셨다”고 기렸다.

허문명 기자 angelhuh@donga.com

정세진 기자 mint4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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