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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5년 3월 25일 18시 1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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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각계에서 일본에 대한 불만과 적개심이 봇물 터지듯 나오고 있지만 해양학자의 귀에는 대부분 엄포성, 일회성 발언들로 들릴 뿐이다. 그보다는 20일 일본 규슈 해역에서 발생한 지진에 대한 한일 양국의 대응 태세 차이가 더욱 관심을 끈다.
그것은 한마디로 ‘준비된 자’와 ‘그렇지 못한 자’ 간의 차이였다. 일본은 기상청이 지진 발생 4분 만에 발생 속보와 대국민주의보를 발령하고 전역이 비상 대비태세로 들어간 반면, 한국 기상청은 20여 분이 지난 뒤에야 주의보를 발령했다. 나중에 늑장 대처가 논란이 되자 기상청은 담화문을 통해 “일본 기상청으로부터 자료를 입수하고 평가하는 데 걸린 시간을 감안해 달라”는 변명을 했다. 구차하기 그지없는 일이었다.
문제는 자국의 안전을 타국의 정보에 의존하고 있는 현실이다. 임진왜란 당시 한양이 함락되는 순간 명나라의 원조만 기다리던 선조의 가련한 모습이 떠오른다.
▼해양정보 日에 의존 해서야▼
개인의 주인의식은 자기 집을 스스로 지키는 데서 출발한다. 국가의 주권의식 또한 크게 다르지 않다. 자국의 영토와 영해에 대해 물샐 틈 없는 방어망을 구축해 침입자를 감시해야 하는 것이다. 과학자적 입장에서 보면 자국의 영토, 영해 속에서 발생하는 모든 자연현상까지도 감시, 관측, 분석, 예보할 수 있어야 주인으로서 행세할 수 있다.
바다를 지키는 것은 휴전선 철책을 지키는 것과 여러 면에서 다르다. 물위에는 철책을 두를 수 없을 뿐 아니라 물은 한시도 머물지 않고 흐르기 때문이다. 그래서 정부(해양수산부 수산과학원)에서는 바다에 정선과 정점을 설정하여 주기적으로 해양관측을 실시하며 자료 및 분석 보고서를 발간하고 있다.
그러나 불행히도 우리나라의 독도 주변 바다에 대한 자료 생산 실적은 전무하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예산과 관심 부족 때문에 고정 관측점과 선이 설정돼 있지 않기 때문이다. 한국의 학자가 독도 주변의 해황을 이해하기 위해선 일본의 나가사키 해양기상대(일본기상청)나 일본수산청의 자료를 빌려야 한다.
우리의 바다를 알기 위해 일본의 자료를 분석해야 하는 국내 해양학자들의 마음은 늘 답답하다. 그 안에서 무슨 현상이 일어나는지도 모르면서 어찌 우리 바다라고 주장할 수 있단 말인가. 자기 집에서 일어나는 일을 모르는 주인이 옆집을 욕할 수 있을까.
정부가 구호처럼 부르짖는 국민소득 2만 달러의 장밋빛 환상만으로 대한민국이 선진국의 반열에 오를 수 있다는 생각은 접어야 한다.
독도 문제에 대한 작금의 국민적 분노가 지난날 수없이 되풀이돼 왔던 또 다른 ‘냄비현상’의 한 사례가 되지 않기를 바란다. 표피적이고 감성적인 반응과 대처는 생산적 결과를 도출하지 못한다는 교훈을 우리는 이미 알고 있지 않은가. 이런 분노의 에너지를 국가 관리를 위한 차분한 생산 에너지로 전환하기 위해 다음과 같이 제안한다.
첫째, 독도에 해양기상 종합관측소를 설립해 현재 이어도에서 하고 있듯 해양 및 기상자료를 실시간으로 생산해 현업부서에서 활용토록 해야 한다.
둘째, 독도 울릉도를 포함한 정선 관측망을 확충해 항구적 정기 관측 프로그램을 확대 실시하며, 생산된 해양 기상 자료는 실시간으로 세계 모든 해양학자들에게 배포함으로써 독도를 우리가 지키고 있다는 점을 널리 과시해야 한다.
▼각국에 자료배포 주권과시를▼
셋째, 독도와 주변 해역 수중 세계의 특이한 생태 환경을 국민들이 체험할 수 있도록 생태체험 프로그램을 개발, 먹고 마시고 노는 단순관광 차원에서 탈피하고 환경보전의식을 제고하도록 함으로써 환경훼손을 최소화하는 발판으로 삼아야 한다.
독도는 우리 땅이고, 주변의 바다는 우리 물이다. 우리 국민이 영원히 지키고 가꾸어 21세기 ‘한국의 보물’로 새롭게 탄생시켜야 할 것이다.
노영재 충남대 교수·해양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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