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거래시간 연장, ‘K주식’ 상품성 향상 이어져야[기고/나현승]

  • 동아일보

나현승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한국증권학회장
나현승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한국증권학회장
한국거래소가 프리·애프터마켓을 개설해 주식 거래시간을 하루 12시간으로 연장하는 방안을 추진하면서 시장 안팎에서 찬반 논쟁이 이어지고 있다. 미국 뉴욕증권거래소와 나스닥은 투자자의 접근성을 높이고 유동성을 확보하기 위해 사실상 24시간 거래가 가능한 체제로의 전환을 공식화했다. 영국과 홍콩 등 주요국 거래소들도 24시간 거래 제도를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모바일 플랫폼 등으로 세계 정보를 실시간으로 접하고 주식을 시간이나 장소에 상관없이 손쉽게 거래하는 현재 투자 환경을 고려할 때 거래시간 연장은 불가피한 흐름으로 보인다. 특히 코스피가 상승 랠리를 이어가며 자본시장이 유례없는 활기를 보이는 현재 상황은 거래시간 연장을 포함한 변화를 통해 한국 증시의 경쟁력 상승을 모색할 기회다.

한국거래소의 거래시간 연장은 해외 투자자의 거래 편의성과 국내 주식시장 접근성을 개선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우선 해외 및 가상자산 시장으로 쏠리는 유동성을 국내 증시로 유도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1994년 일반투자자의 해외 직접투자가 허용된 이후 외화 주식 보관 금액은 2011년 말 4억5800만 달러에서 2024년 말 1121억 달러로 뛰었다. 국내 자본의 이탈을 막고 해외 투자자를 국내 주식시장에 유입시키는 것이 한국 자본시장의 매우 중요한 과제라는 점을 일깨우는 대목이다.

반론도 있다. 거래시간의 연장이 기대만큼 실질적 유동성 확대로 이어지지 않을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국내 주식시장 규모가 주요국 대비 상대적으로 작다는 점을 고려하면 시간대별로 유동성이 분산돼 시장의 불안정성이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추가 비용 투입도 불가피하다. 상대적으로 정보 분석력이 약한 개인투자자는 연장된 거래시간에 투자 위험이 커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거래시간 연장이 본래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한국거래소와 정책 당국의 정교한 정책 수립과 실행이 반드시 동반돼야 한다. 거래시간을 늘리는 것에 그치지 않고 근본적으로 주식시장의 투자 매력도와 기업 가치를 높여 거래시간 연장이 전반적인 유동성 증가로 이어져야 하기 때문이다.

단순히 음식점의 영업시간을 늘린다고 해서 저절로 매출이 늘지는 않을 것이다. 음식의 맛과 질이 담보되어야 영업시간 연장이 매출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

국내 주식시장도 상품성을 높여야 한다. 최근 코스피 상승의 요인 중 하나는 상법 개정을 통한 기업 지배구조 개선과 주주 친화적 제도 변화를 꼽을 수 있다. 이어서 중복 상장 규제와 이른바 ‘좀비 기업’의 신속한 상장 폐지 등 후속 조치들이 실행돼야 거래시간 연장 조치와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

정교한 시스템 설계와 시장 참여자들과의 긴밀한 소통도 필요하다. 한국거래소는 프리·애프터마켓에서 유동성을 높이기 위한 전용 시장 조성자 제도 도입과 가격이 급격하게 변하는 것을 막기 위한 변동성 완화 장치의 강화 방안을 준비하고 있다. 증권업계도 거래시간 연장에 따른 운영 과정에서 부담을 느끼고 있는 만큼 지속적인 소통이 필요하다.

거래시간 연장은 불확실성이 크다. 다만 이를 잘 활용하면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 한국 자본시장이 수동적인 생존전략을 넘어 새로운 도약의 걸음을 내딛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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