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사측, 노조회의 도청]“鄭사장 책임 끝까지 묻겠다”

  • 입력 2005년 3월 24일 23시 4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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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도청 증거물입니다”KBS 노조 집행부가 24일 오후 서울 여의도 KBS 노조사무실에서 노조 중앙위원회 회의에 대한 사 측의 도청 증거물을 제시하고 있다. 노조 중앙위는 회의에서 정연주 사장에 대한 평가 문제 및 팀제 시행에 대한 조합원 평가 결과를 논의하고 있었다. 안철민 기자
“이게 도청 증거물입니다”
KBS 노조 집행부가 24일 오후 서울 여의도 KBS 노조사무실에서 노조 중앙위원회 회의에 대한 사 측의 도청 증거물을 제시하고 있다. 노조 중앙위는 회의에서 정연주 사장에 대한 평가 문제 및 팀제 시행에 대한 조합원 평가 결과를 논의하고 있었다. 안철민 기자
KBS 회사 측 노무관리 직원의 노동조합 회의 도청으로 KBS 경영진이 도덕성 논란에 휘말렸다. 특히 노조가 “정연주(鄭淵珠) 사장의 책임을 끝까지 묻겠다”며 정 사장 퇴진운동을 시사하고 나서 노사 갈등이 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올해 1월 출범한 현 노조 집행부는 정 사장과 밀월관계를 보였던 전임 집행부와는 달리 위원장 선거 때부터 ‘반(反) 정연주’ 노선을 분명히 했다. 진종철(陳鐘哲) 위원장은 정 사장도 참석했던 취임식에서 “정 사장의 개혁은 졸속”이라며 “팀제 도입으로 직원들이 의욕 상실을 호소한다”고 직격탄을 날리기도 했다.

특히 노조가 지난해 8월 도입된 팀제를 전면 보완해야 한다고 요구하면서 그동안 노사는 심한 갈등을 빚어왔다.

사 측은 지난달 팀제 시행 6개월을 맞아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팀제 이후의 변화가 긍정적이라는 응답자가 62%, 프로그램의 질이 높아졌다는 응답자가 72%였다’고 밝혔다.

그러나 노조는 “설문 문항이 편향돼 결과가 잘못 나왔다”며 이달 초부터 자체 설문조사를 실시해왔다. 노무관리 직원이 도청한 23일 노조 중앙위원회 회의는 노조의 팀제 관련 설문조사 결과와 앞으로의 투쟁방향을 논의하는 자리여서 사 측으로서도 신경이 쓰이는 모임이었다.

노조의 설문조사에선 회사 조사와는 반대로 ‘응답자의 60% 이상이 팀제가 문제’라고 응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노조 최철호(崔鐵浩) 사무처장은 “설문조사에는 정 사장의 신임 여부를 묻는 항목도 있어 사 측이 민감해져 있었다”며 “사 측 간부가 도청 녹음을 하는 도중 왔다갔던 점으로 미뤄볼 때 사원이 혼자 도청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말했다.

과거 간부였던 KBS의 한 직원은 “정 사장이 팀제를 KBS 개혁의 가장 확실한 치적으로 내세웠는데 그것에 대한 반론이 자꾸 나오자 조급해진 것 같다”며 “도청사건은 정 사장이 자신감을 잃었다는 또 다른 방증”이라고 꼬집었다. 또 다른 직원은 “정 사장이 직접 개입하지 않았다고 해도 도청을 하도록 분위기를 만든 이상 어떤 형태로든 책임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도청사건으로 KBS는 심각한 내홍에 휘말릴 것으로 보인다. 노조의 도청 책임 규명 요구와 맞물려 KBS 내에 상당히 퍼져 있는 ‘반 정연주’ 세력이 결집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도청사건을 계기로 지난해 638억 원의 적자를 낸 정 사장의 경영능력 등 그동안 누적돼 온 다른 문제들도 함께 제기할 태세다.

‘반 정연주’ 노선을 견지해 온 과거 중견간부들의 모임인 KBS발전협의회의 한 회원은 “매년 1000억 원의 흑자를 내던 회사가 600억 원이 넘는 적자를 냈다면 무려 1600억 원을 까먹은 셈”이라며 “정 사장의 경영능력을 문제 삼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한국외국어대 언론정보학부 김우룡(金寓龍) 교수는 “최근 일본 NHK 회장이 직원들의 잇단 비리로 도덕성에 타격을 입고 물러났던 것보다 더 큰 사건”이라며 “공영방송의 생명인 공신력에 큰 흠집을 낸 KBS 경영진이 어떤 형태로든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했다.

서정보 기자 suhcho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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