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미술 영 아티스트 뜬다]<4·끝>“어떻게 지원할까” 미술

  • 입력 2005년 3월 14일 19시 1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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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종로구 사간동 금호미술관이 기획한 ‘영 아티스트’ 전 시리즈 첫 번째 작가로 선정된 서양화가 이문주(33) 씨는 미국 유학에서 돌아온 뒤 지난 2년 동안 3개월에 한번 꼴로 작업실을 찾아 이사를 다녔다. 이사할 때마다 버린 작품도 부지기수. 지하 작업실에서 일할 때는 침수(浸水) 피해와 습기 때문에 작품을 망친 적도 많다. 20일까지 금호미술관에서 도시의 재개발 풍경에 주목해 현대인의 황폐한 내면세계를 은유하는 작품들을 전시하고 있는 그녀는 “미국에선 그나마 젊은 작가들이 이용할 수 있는 레지던스(주거 및 작업실)도 많고 영 아티스트들의 작품을 꾸준히 사주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에 견딜 만했는데 한국에는 구매자도 없고 지원도 많지 않아 너무 힘들다”고 말했다. 그나마 이번 프로그램에 참여한 게 행운이라고 토로했다. 금호미술관은 이문주 전을 시작으로 우종택 최준경 정재호 임자혁 정규리 등 젊은 작가 16명의 개인전을 2006년까지 진행한다. 한국에서 작품을 팔아 생활하는 전업 작가로 산다는 일은 절대 빈곤을 감수할 자세가 되어 있지 않으면 쉽지 않다. 작품만으로 생계를 꾸려가기 어렵기 때문. 젊은 작가들의 기를 살리고 그들의 창작의욕을 북돋우기 위해서는 어떤 전략이 필요한지 미술계 인사들의 제언을 중심으로 알아본다.》

▽작품 위주의 평가와 네트워크 만들기=책 ‘예술가로 산다는 것’의 저자이자 미술평론가인 박영택(경기대 교수) 씨는 “인맥과 경제력, 학연이 없는 작가들은 제 아무리 프로페셔널한 의식과 근성을 지니고 있다 하더라도 제도권에서 배제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한다. 작품의 질이란 원래 학력, 경력, 재력이 결정해주는 게 아니라 일의 과정, 결과, 관점과 자세에서 결정되는 것인데, 아직 우리 미술계에서는 작품의 질에 관한 논의나 불합리한 구조에 대한 문제 제기가 적다는 게 박 교수의 진단이다.

해외 전시기획이나 작품구입 경험이 많은 미술계 인사들은 한국 영 아티스트들의 경쟁력이 세계무대에서 결코 뒤지지 않는다고 말한다. 다만, 이들을 꿸 네트워크가 부족하다고 지적한다. 최근 영 아티스트들에 대한 파격적 지원을 약속해 화제를 모았던 아라리오 갤러리 김창일 사장은 “지금은 작가를 발굴하는 차원이 아니라 이미 작가가 된 사람들이 세계무대에서 조명 받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일이 필요하다”며 “작가들이 직접 나설 수 없기 때문에 결국 화상(畵商)과 정부가 이런 일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외국 큐레이터를 한국으로=우리 작가를 해외로 보내는 일도 중요하지만, 전시기획을 맡고 있는 외국의 큐레이터들과 국내 화단이 지속적으로 접촉할 수 있도록 네트워크를 구성하는 일이 더 급하다는 지적도 많다. 일찍이 젊은 작가 발굴에 나서 대안공간 1호 ‘루프’를 운영해온 윤재갑 씨는 “현재 우리 화단에 국제적 큐레이터가 부족한 것이 가장 큰 문제”라며 “작가를 키우는 일도 중요하지만, 큐레이터 키우는 것도 이에 못지않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국내 화단에서도 외국에서 운영 중인 객원 큐레이터 제도를 적극 도입하고 이를 통해 외국의 유명 큐레이터들을 수시로 한국으로 초청, 우리 작가들을 소개하고 전시방향을 결정하는데 도움을 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스타 작가 양성을 통한 해외시장 개척=미술평론가 최병식(경희대 교수) 씨는 “영국의 젊은 작가들에게 주는 터너상 같은 제도를 도입해 국내 화단에서도 영 스타를 만들어야 한다”며 “공모전 형식이 아니라 소수를 뽑아 상금도 많이 주는 인센티브제를 채택한다면 이들이 국제무대에서 스타로 커 갈 것”이라고 제안했다.

허문명 기자 angelhu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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