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효모 화장품’ 믿을 만합니까?

  • 입력 2005년 2월 27일 17시 2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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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여성 노모 씨(28)는 고교 때부터 피부 트러블이 심했다. 피부에 좋다는 화장품은 다 써 봤다. 그러나 큰 효과를 보지는 못했다.

노 씨는 얼마 전 친구들로부터 S 효모 화장품을 써 보라는 추천을 받았다. 그러나 에센스 한 병에 15만 원이나 했다. 가격이 부담이 됐지만 피부트러블에 효과가 좋다는 말에 눈 딱 감고 구입했다. 10일 정도 발랐을까. 노 씨는 “피부가 촉촉해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노 씨의 친구 손모 씨(28)는 노 씨보다 일찍 S 화장품을 접했다. 손 씨 역시 “효모가 들어 있어 피부 재생능력이 좋다”는 얘기에 6개월 전 트리트먼트와 에센스를 1개씩 구입했다. 여드름 때문이다. 그러나 손 씨는 별 효과를 보지 못했다. 이제 손 씨는 “효모 화장품을 믿지 못하겠다”고 말했다.

○ 효모 화장품 확산…20,30대 젊은 여성 많이 사용

최근 20, 30대 젊은 여성에게 효모 화장품이 폭발적 인기를 끌고 있다. 효모가 피부 성분과 가장 흡사해 미백과 주름 제거에 탁월한 효과가 있다고 알려졌기 때문.

효모 화장품이 인기를 끈 것은 몇년 전 S 화장품이 수입되면서부터. 가격이 수십만 원대지만 소비자는 계속 늘고 있다. 인터넷에도 수십 개의 커뮤니티가 만들어져 정보를 교환하고 있을 정도다.

최근에는 국내 화장품 회사와 일부 피부과에서도 효모가 함유된 화장품을 내놓고 있다.

이런 제품 중 상당수가 기능성 화장품으로 인정받고 있다. 그렇다면 효모가 정말 피부 개선에 도움이 되는 것일까.

○ 효모가 피부 좋게 만든다?…효모 자체론 기능성 인정 못받아

현재 의학계에서 효모 추출 단백질로 피부 노화를 막는 연구는 활발한 편이다. 그러나 현재 인기를 끌고 있는 효모 화장품은 효모 추출 단백질이 아니라 효모 자체를 이용하는 것. 같은 원리가 아니란 얘기다. S 화장품의 사례를 보자.

S 화장품 30여 종 중 식품의약품안전청에서 기능성 화장품으로 인정받은 것은 10여 종. 나이아신아미드, 아스코빌블루코사이트 성분의 미백 효과와 주름제거 효과 등이 인정받았다. 그러나 효모의 기능성은 인정받지 못했다.

그러나 이 업체의 홈페이지에 실린 광고 문구는 다르다. ‘피테라’란 효모가 나이아신아미드 등의 성분과 어우러지면서 피부미백과 주름제거 효과를 낸다는 것. 업체는 더 나아가 ‘피테라의 7가지 효능’까지 들면서 효모 화장품임을 강조하고 있다. 이에 대해 업체는 “피테라의 효과를 입증하는 자체 연구결과가 있다”고 밝혔다.

서울아산병원 성형외과 홍준표 교수는 “아직 효모 자체를 이용한 화장품이 피부 개선에 좋다는 연구결과를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식약청 역시 “효모 화장품으로 ‘기능성’을 인정받은 화장품은 국내에 없다”고 밝혔다.

○ 기능성 화장품 제대로 쓰자…남발 땐 부작용 우려

의학자와 식약청 관계자 모두 최근 효모 화장품의 인기에 대해 “다소 과장된 측면이 있다”고 말한다. 효과를 보지 못했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물론 모든 기능성 화장품이 효과가 없는 것은 아니다. 정부의 엄격한 심사를 통과해 “피부 개선 효과가 있다”는 게 입증됐기 때문이다. 게다가 최근 여러 가지 새로운 물질이 속속 ‘기능성’을 인정받고 있다. 다만 아직까지는 효모 자체가 피부에 좋다고 인정하고 있지 않다는 얘기다.

많은 의사들도 기능성 화장품이 노화된 피부를 ‘젊게’ 만드는 수준은 아니지만 노화를 어느 정도 예방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말한다. 노화 속도를 늦추거나 보습, 자외선 차단, 피부 각질과 주름 제거 등을 통해 노화의 원인을 없앤다는 것.

그러나 무턱대고 사용할 경우 부작용이 생길 수도 있다. 실제 자신의 피부 성질을 고려하지 않고 기능성 화장품을 남발했다가 피부과를 찾는 여성이 적지 않다. 테마피부과 임이석 원장은 “기능성 화장품은 약이 아니란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며 “특히 두 가지 이상의 제품을 동시에 사용하는 것은 좋지 않다”고 말했다.

▼기능성 화장품이란?…총 3600여종 기능성 인정 받아▼

기능성 화장품 제도는 2001년 국내에 도입됐다. 지난해 1300여 개의 화장품이 기능성 화장품으로 승인을 받았다. 지금까지 ‘기능성’을 인정받은 화장품은 총 3600여 종.

현재 식품의약품안전청은 △미백 △주름 제거 △자외선 차단 중 한 가지 이상의 기능이 있으면 기능성 화장품으로 인정한다. 최근에는 두 가지 기능을 가진 ‘복합 기능성 화장품’도 늘어나고 있다. 심지어 세 가지 기능을 모두 가진 화장품도 지난해 1건이 승인된 적이 있다.

그러나 여드름에 좋다는 화장품이나 피부염 또는 피부건조 증세를 완화한다는 화장품은 기능성 화장품이 아니다.

식약청은 ‘기능성’이 인정되면 용기 또는 포장지에 ‘기능성 화장품’이라고 표기할 수 있도록 했다. 브랜드를 따지기보다는 먼저 용기 또는 포장지를 확인하도록 하자.

성분을 통해 기능성 화장품 여부를 확인할 수도 있다. 현재 미백에는 알부틴, 아스코빌블루코사이트(비타민C 유도체), 감초 추출물 등의 성분이 효과가 있다고 인정받고 있다. 주름 개선에는 레티놀, 레티닐팔미테이트, 아데노신 등의 성분이, 자외선 차단에는 티타늄옥사이드, 징크옥사이드, 옥틸메톡시신나메이트 등의 성분이 인정받았다.

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내 피부 지성일까 건성일까▼

자신의 피부 성질을 알면 화장품을 써도 부작용이 덜하다. 특히 민감성 피부는 화장품 선택에 신중해야 한다. 다음을 체크했을 때 해당사항이 많은 쪽이 자신의 피부성질에 가깝다.

▽지성피부

○ 털구멍(모공)이 넓다.

○ 각질이 두껍다.

○ 화장이 잘 받지 않는다.

○ 화장이 잘 지워진다.

○ 얼굴이 번들거린다.

○ 모공 주변이 거뭇거뭇하다.

○ 여드름 뾰루지가 잘 생기고 생리주기에 더욱 심해진다.

○ 얼굴이 잘 붉어진다.

○ 피지가 피부 전체적으로 분비되는 편이다.

▽건성피부

○ 피부가 얇다.

○ 모공이 촘촘해 거의 보이지 않는다.

○ 화장이 잘 먹는다.

○ 화장이 오래 간다.

○ 여드름이나 뾰루지는 모르고 산다.

○ 피부가 매끈매끈하다.

○ 얼굴을 씻은 뒤 30분 이상 피부가 당긴다.

○ 잔주름이 많이 가는 편이다.

○ 계절에 따라 피부 당김 현상이 심하거나 각질이 자주 나타난다.

▽민감성피부

○ 기온변화나 감정변화에 따라 얼굴이 붉어진다.

○ 모세혈관이 쉽게 드러나 보인다.

○ 화장품이나 약품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 색소 침착이 잘 일어난다.

◇이 기사의 취재에는 본보 대학생 인턴기자 이상엽(연세대 의대 본과 3학년) 김남오 씨(연세대 의대 본과 3학년)가 참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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