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와 함께 하는 DIY]엄마와 재규의 도자기 만들기

  • 입력 2005년 1월 20일 15시 4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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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 DIY의 주인공은 대웅제약 의료정보팀 현순경 과장(37·여)과 외아들 이재규(4). 엄마와 아들은 이른 아침 경기 이천의 도예마을에 나들이를 가서 도자기 만들기 체험에 나섰습니다. 두 사람은 도예마을 ‘한청도요’의 김복한 작가(60)에게 지도를 받아 올해 유치원에 입학하는 재규가 쓸 연필꽂이를 만들어보기로 했습니다. 김 작가가 점토를 둥글게 말아 올려 작품을 만드는 코일링(Coiling) 기법 시범을 먼저 보인 뒤 엄마와 재규가 연필꽂이 만들기에 도전했습니다.》

○ 바닥면 만들기

먼저 점토를 작은 덩어리로 떼어내 회전판에 올려놓은 뒤 주걱처럼 넓적한 막대로 두드려 연필꽂이의 바닥면을 만들어야 한다. 키가 작은 재규는 김 작가와 엄마가 두드리는 걸 쳐다만 보다가 의자 위로 올라가 바닥면 만들기 작업을 거들었다.

한 손으로 건성건성 주걱을 흔드는 재규에게 김 작가가 짐짓 혼쭐을 내는 척한다.


“요놈! 할아버지도 두 손으로 두드리는데 그렇게 한 손으로 하면 못써!”

바닥면을 다듬은 뒤 연필꽂이의 크기에 맞게 동그랗게 잘라내고 신문을 오려 작업판과 바닥면 사이에 깔았다. 흙이 마르면 수축이 돼서 굽고 나면 크기가 16% 줄어드는데, 바닥이 작업판에 붙거나 약하면 구울 때 터져버린다는 것. 그런 걸 방지하기 위해 신문을 깔아야 한다. 김 작가는 바닥이 터진 다른 실습생의 작품을 들고 와 모자에게 보여준다. “봐요. 이렇게 터지면 안 되겠지?”

아까부터 재규는 김 작가와 눈이 마주치면 웃기만 했다. 그런 재규가 못내 귀여운 듯 김 작가는 또 ‘거짓부렁 엄포’를 놓았다.

“요놈! 할아버지가 무서워서 웃는 거냐, 우스워서 웃는 거냐?”

○ 코일링 작업

두 번째 할 일은 점토를 길고 둥글게 밀어 흙가래를 만든 뒤 바닥면 위에 쌓아올리는 코일링 작업. 엄마가 만드는 흙가래는 자꾸 한쪽이 뚱뚱하고 한쪽이 가늘어진다. 김 작가가 “그렇게 엉성하게 만들면 바람이 들어가서 터진다”면서 “꽈배기처럼 살짝 꼬아 밀면 모양 잡기가 비교적 쉽다”고 거들었다. 엄마가 혼나는 걸 듣던 재규가 자기가 밀던 흙가래를 번쩍 들고 소리쳤다.

“할아버지, 난 잘 되는데요?”

바닥면의 가장자리에 흙물을 바르고 흙가래를 빙빙 돌려가며 쌓기 시작했다. 원하는 높이만큼 흙가래를 쌓으려면 두께가 일정해야 하는데, 점점 가늘어지거나 턱없이 두꺼워지기 일쑤였다. 진땀을 흘리던 엄마에게 김 작가는 “이게 엉성해보일지 몰라도, 예전엔 이런 방식으로 커다란 옹기 항아리를 만들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 장식하기

연필꽂이의 높이만큼 흙가래 쌓기가 끝나면 이음새마다 떨어지지 않도록 흙물을 칠해줘야 한다. 붓을 들고 흙물을 칠한 뒤 장식을 만들어 붙이는 시간. “뭘 만들까?”하고 엄마가 묻자 재규가 곧바로 외쳤다. “눈사람요!”

재규가 만든 뚱뚱한 눈사람은 김 작가의 ‘검사’ 결과 불합격 판정을 받아 떼어내고 다시 만들어야 했다. 크기가 작은 눈사람과 달, 별을 만들어 뒷면에 흙물을 바른 뒤 붙이는 일에 관한 한, 재규가 엄마보다 나았다. 장식을 붙이는 일을 엄마가 하려고 하면 다 빼앗아 직접 달고 이쑤시개로 눈사람에 눈, 코, 입, 단추를 그려 장식을 완성하는 재규의 표정은 심각하다 못해 거의 ‘무아경지’에 이른 도공처럼 보였다.

도자기의 모양을 만드는 작업은 이걸로 끝. 도자기를 말리고 초벌구이와 색칠, 재벌구이를 해서 완성품이 나오기까지는 20일가량이 더 걸린다. 당장 집에 가져갈 수 없다는 설명을 듣고 재규의 얼굴엔 아쉬움이 어렸지만, 흙투성이가 되어 생애 첫 작품을 바라보는 어린 도공의 두 눈이 반짝거렸다.

(취재협조=한청도요·031-632-7117 www.hanchungyo.com)

이천=김희경 기자 susanna@donga.com

사진=강병기 기자 arche@donga.com

◇ 다음에는 밸런타인데이(다음달 14일)를 앞두고 초콜릿 만들기를 소개할 예정입니다. 친구나 연인을 위해 초콜릿을 만들어보고 싶은 분은 위크엔드(weekend@donga.com) 앞으로 참가를 원하는 사연과 연락처를 보내주시기 바랍니다. 참가비는 무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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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소중한 보물 재규에게

오늘 어땠어? 엄마 손 위에 재규 손 얹어 이리저리 돌려가면서 만든 도자기, 맘에 드니? 연필꽂이 도자기에 장식할 눈사람을 만드는 일에 푹 빠진 너의 눈빛을 보면서, 엄마는 재규가 이제 아기가 아니라 제법 의젓한 어린이가 된 것 같아 정말 흐뭇했단다. 막 태어났을 때 아빠 손바닥 두 개 크기 정도로 작던 네가 벌써 이만큼 자라다니….

아침 일찍 직장에 나가는 엄마 배웅하려고 잠결에 하품하면서 걸어 나오는 너를 보면 엄마는 항상 미안한 마음이 앞서곤 해. 같이 맛있게 아침도 먹고 신나는 인형극도 보러 다니면 좋을 텐데…. 하지만 그럴 때 마다 재규는 이렇게 말하지? “엄마는 회사 잘 다녀오세요. 재규는 할머니랑 동화책 읽고 있을게요.”

그런 널 보면 대견스러우면서도 한편으론 아쉬운 마음도 든단다. 많은 시간 함께 놀아주지도 못했는데 벌써 이렇게 자라버렸나 싶어서 말이야. 엄마가 자랄 때 외할머니도 똑 같은 심정이셨겠지?

2005년 새해를 맞으며 엄마, 아빠는 재규를 위해 약속한 것이 하나 있단다. 비록 주중에는 많은 시간을 함께 못해도 주말은 무조건 재규와 함께하기로 말이야. 작은 소년이 되어가는 재규가 넓은 세상을 직접 느끼고 체험할 수 있는 시간을 많이 만들어 주는 것이 엄마 아빠가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했단다.

이제 3월이면 재규도 의젓한 유치원생이 되는구나. 유치원이라는 새로운 세상으로의 탐험은 겁나기도 하지만 매우 신나는 것이기도 하단다. 엄마, 아빠와 함께 우리 모두 신나는 탐험 여행을 해보지 않으련?

사랑해 재규야. 2005년 1월 엄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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