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아침에 만나는 시]윤동주/“또 태초의 아침 ”

  • 입력 2005년 1월 16일 18시 4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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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 기도했던 시인이여, ‘빨리 / 봄이 오면 / 죄를 짓고 / 눈이 밝아’지겠다니 무슨 말인가?

새 아침, 순백의 오늘이 내리었다. 아무도 걷지 않은 무구한 눈길처럼 올해도 무수한 ‘태초의 아침’이 내릴 것이다. 저 순백의 눈길을 밟으면 죄가 되고, 밟지 않으면 생명이 없을 터이니 죄를 멈추어 생명을 부정할 것인가, 죄를 얻고 눈길을 걸어갈 것인가?

생각느니 누가 죄 없이 꽃필 수 있으며, 죄 없이 노래할 수 있겠는가. 우적우적 불쌍한 사과 먹고 맑은 죄 지어야겠다. 생명이 죄보다 크니 사람들아, 저 눈길 건너야겠다. 이브는 아이를 낳고, 나는 땀을 흘리며 건너야겠다. 죄를 딛고 죄를 지우며 저 숫눈길 건너야겠다.

반칠환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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