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예술]‘와인즈버그, 오하이오’…괴짜들이 살아간다

  • 입력 2005년 1월 14일 16시 4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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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즈버그, 오하이오/셔우드 앤더슨 지음 서숙 옮김/316쪽·9000원·글빛

◇와인즈버그, 오하이오/셔우드 앤더슨 지음 한명남 옮김/372쪽·1만 원·해토

미국 작가 셔우드 앤더슨(1876∼1941)이 1919년 내놓은 24가지 이야기의 옴니버스 소설이다. 미국 오하이오 주 와인스버그라는 가상 마을이 무대다. 국내 독자들한테는 생소한 작품인데 이번 주 두 명의 우리 영문학자가 각각 이 책을 번역해서 펴냈다. 이에 따라 독서가에서는 “도대체 어떤 작품이기에” 하는 관심이 일고 있다. 작가나 작품과 관련해 올해 ‘탄생 100주년’ 같은 특별한 계기가 있는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출판사 해토에서 이 책을 낸 중앙대 외국어교육원장 한명남 교수(63)는 “미국 랜덤하우스출판사가 뽑은 ‘20세기 영문 소설 100권’에서 24위를 차지한 작품”이라고 말했다. 한 교수는 “작가 앤더슨 역시 권위 있는 문학지 ‘다이얼’이 해마다 문학상을 주기 시작했을 때 T S 엘리엇(뒤에 노벨문학상 수상)을 누르고 처음 이 상을 수상했을 만큼 당대 최고의 작가로 꼽혔다”고 덧붙였다.

이화여대출판부의 자매 출판사인 글빛에서 책을 낸 서숙 이화여대 영문과 교수(59)는 “젊은 시절 빠져들어서 20년 동안 여러 번 학생들과 강독한 작품”이라며 “미국이 산업화되면서 소외된 사람들을 독특한 캐릭터들로 형상화한 작품”이라고 말했다. 서 교수는 “구약시대 인간처럼 신의 계시를 받기를 원해 숲을 헤매는 농장주, 상상 속의 사람들로 가득 찬 방에서 언제까지나 그들에게 호통 치면서 살려는 노인, 아무도 이해 못할 생각들을 꼼꼼히 적어둔 메모지를 주머니에 넣어 두었다가 돌돌 말아 알갱이처럼 되면 던져 버리는 괴상한 의사들이 그렇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자기 삶을 열여덟 살 된 신문기자 조지 윌러드에게 들려주는데 이 소설은 호기심 많고 다감한 윌러드의 성장소설이기도 하다. 이들 모두를 통해 작가는 인간 욕망이 자리 잡은 무의식, 그들의 정열과 동경을 정직하게 담아 내는 대작가로서의 역량을 보였다.

두 중진 교수가 번역한 책에서 똑같은 문장은 거의 없다. 하지만 전달하려는 뜻은 거의 같다. 한 교수는 “1982년 원로 영문학자인 김병철 선생님(전 중앙대 교수)과 함께 이 책을 냈지만 절판됐다”며 “손꼽히는 명작이지만 한국어판이 없는 채 공백이 10년 이상 길어지다 보니 이번에 한꺼번에 나온 것 같다. (이 사실이) 재미있다”고 말했다.

권기태 기자 kk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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