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예술]‘생각하는 그림들-정·오늘’

  • 입력 2005년 1월 7일 16시 4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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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르댕 작 ‘가정교사’(1738년). 조용조용 타이르는 가정교사의 얼굴과 꾸지람을 듣는 아이의 얼굴이 진지하다. 사진 제공 예담
샤르댕 작 ‘가정교사’(1738년). 조용조용 타이르는 가정교사의 얼굴과 꾸지람을 듣는 아이의 얼굴이 진지하다. 사진 제공 예담
◇생각하는 그림들-정/188쪽·1만3000원

◇생각하는 그림들-오늘/224쪽·1만5000원/이주헌 지음 예담

미술평론가 이주헌 씨(43)가 두 권의 미술 책을 펴냈다. 일간지 미술기자와 갤러리 학고재 관장을 역임한 이 씨는 현재 독서와 사색, 집필에 몰두하면서 쉬운 글을 통해 우리 사회가 좀 더 미술과 가깝고 폭넓게 만날 수 있길 꿈꾸고 있다.

“삶을 살아가는 데는 지식, 기술도 필요하고 경쟁심과 승부욕도 필요하지만, 그 모든 것을 넘어서는 사랑과 이해, 포용심이야말로 삶에서 더욱 긴요한 가치들일 것이다. 예술 감상은 근본적으로 그런 ‘너머의 세계’를 지향한다.”

저자의 말대로 이번에 펴낸 ‘생각하는 그림들-정’과 ‘생각하는 그림들-오늘’은 전문 미술인뿐 아니라 미술에 대한 지식이 별로 없는 일반인들도 쉽게 그 특유의 삶과 예술에 대한 사유를 접할 수 있게 해 준다.

우선 ‘생각하는 그림들-정’은 제목 그대로 그림에서 느끼는 가족의 소중함이다. 아이와 어머니, 그리고 그 둘의 모습을 담은 서양과 한국 작가들의 작품으로 어버이의 사랑과 가족의 소중함을 드러내고 있다. 1부 ‘천국은 어머니의 다정한 눈빛으로부터’는 동서양의 어머니, 아이, 혹은 어머니와 아이에 관한 그림들을 대상으로 한 글들을 묶었다. 성모자 그림이 서양미술사의 중요한 장을 차지하고 있듯이, 어머니와 아이 사이의 사랑과 유대는 오래도록 미술의 핵심주제였다. 저자는 그 사랑의 푸근함과 달콤함, 따뜻함을 다양한 각도에서 고찰해 아이들을 키워내는 어버이의 숭고한 희생에 찬가를 보내고 있다.

아이가 가정교사로부터 꾸지람을 듣고 있는 장면을 그린 샤르댕의 ‘가정교사’를 저자는 이렇게 설명한다.

‘아이의 나이는 일곱 혹은 여덟 살쯤 돼 보입니다. 한창 개구쟁이 짓을 할 때이지요…가정교사는 큰소리 내지 않고 조용조용 타이릅니다. 이렇게 낮은 목소리로 이야기하는 것이 오히려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게 하는 데 더욱 효과적이지요. ’

2부 ‘상징의 숲, 색채의 바람’은 부셰, 보갱, 뒤피, 보나르, 마티스 등 상징과 색채가 두드러진 작품들을 통해 그림을 통한 명상적 성격을 부각시켰다.

한편 ‘생각하는 그림들-오늘’은 이중섭 신학철 강요배 남궁산 김영희 김종영 오형근 안규철 박성태 등 39명의 우리시대 미술가들의 작품을 감상하는 글이다. 회화와 조각, 사진, 설치미술 등 다양한 장르를 넘나들며 한데 모은 작품과 글들은 미술사적인 분석이나 지식에 치우치기보다 깊고 고요한 사색과 명상의 기회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독특하다.

꽃을 그리는 화가 하상림의 그림에는 이런 설명이 따라온다.

‘그는 꽃의 아름다움보다 꽃의 자유에 대해 생각하는 화가이다. 그가 그린 꽃은 가장 아름답게 물 오른 순간의 꽃이 아니다. 그것은 이제 다 말라버려 탈색된 꽃이다. 그의 꽃들은 결코 색을 지니고 있지 않다…하상림의 꽃이 자유를 누린다는 것은 그 꽃이 꽃에 대한 인간 일반의 시선으로부터 자유롭다는 의미이다. 그 꽃은 더 이상 아름다움만을 위해 존재하지 않는다. 한때 스스로가 아름다웠다고 그 아름다움을 영원히 지키려는 자는 어리석은 자이다.’

허문명 기자 angelhu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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