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부, 언론재단 이사장 사퇴유도 시사 파문

  • 입력 2004년 12월 24일 06시 54분


코멘트
한국언론재단 이사장 선출을 둘러싼 파문이 커질 전망이다.

한국언론재단이 이날 이사회에서 내정설이 나돌던 서동구(徐東九) 전 KBS 사장 대신 박기정(朴紀正) 현 이사장을 표결 끝에 선출하자 임명권을 가진 문화관광부 측이 박 이사장의 자진 사퇴를 유도할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박 이사장은 23일 “정관에는 문화부 장관이 임명을 거부할 경우 후속절차에 관한 조항이 없고, 임명을 거부한 전례도 없어 이 절차는 요식 행위다”라며 “내가 물러나면 독립된 이사회의 권위를 훼손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문화부 측이 “사전에 박 이사장이 협조의사를 밝혀 일이 진행됐다”고 주장한 것에 대해서도 박 이사장은 “문화부로부터 서동구 씨를 도와달라는 요청이 있었지만 거절했다”며 “내 거취 문제는 이야기한 바가 없다”고 말했다.

이사회는 박 이사장을 포함한 상임이사 3명과 홍석현(洪錫炫) 신문협회장, 최규철(崔圭徹) 신문방송편집인협회장, 이긍희(李兢熙) 방송협회장, 이상기(李相起) 기자협회장, 김순길(金順吉) 방송광고공사 전무 등 비상임 이사 10명으로 구성돼 있다.

이 중 박 이사장을 제외한 12명이 투표권을 행사한 이날 표결에서는 두 후보가 각각 6표를 얻었으나 ‘가부 동수일 경우 의장이 결정권을 갖는다’는 재단 정관에 따라 의장을 맡은 노정선(盧政善) 사업이사가 박 이사장에게 캐스팅보트를 행사했다. 두 후보는 2001년 말 이사장 선거에서도 표 대결을 벌인 끝에 박 이사장이 선출된 바 있다.

이사회를 앞두고 지난 대선 때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의 언론정책고문을 지낸 서 씨가 새 이사장에 내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언론계에서는 이날 표결에 대해 “청와대가 내정한 것으로 알려진 서 씨의 탈락은 이변”이라고 평하고 있다. 서 씨는 지난해 3월 25일 KBS 사장에 임명됐으나 KBS 노조의 반발로 11일 만에 물러나기도 했다.

박 이사장은 서울대를 졸업하고 1968년 동아일보 기자로 입사해 정치부장 사회1부장 논설위원 편집국장 도쿄지사장을 역임한 뒤 동아일보문화센터 사장 등을 지냈다.

한편 언론재단은 이날 노 이사를 재임명하고 연구이사에 고영재(高永才) 한겨레신문 논설위원, 기금이사에 이춘발(李春發) 전 기자협회장을 각각 임명했으나 고 위원과 이 전 회장은 고사했다.

이진영 기자 ecolee@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