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스님 “지금은 ‘맑은 가난’ 실천할 때”

  • 입력 2004년 12월 12일 18시 3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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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정 스님이 12일 오전 서울 성북구 성북동 길상사에서 열린 ‘길상사 개원 7주년 기념법회’에서 ‘맑은 가난’의 의미에 대해 법문하고 있다.-이종승 기자
법정 스님이 12일 오전 서울 성북구 성북동 길상사에서 열린 ‘길상사 개원 7주년 기념법회’에서 ‘맑은 가난’의 의미에 대해 법문하고 있다.-이종승 기자
“더 많이 갖고 싶은 욕망을 스스로 억제하고, 갖지 못한 사람의 처지를 먼저 생각합시다. 남이 가진 것을 시샘하지 말고, 자신에게 불필요한 것에서 자유로워집시다. 그것이 바로 ‘맑은 가난’의 실천이지요.”

전 길상사 회주 법정 스님(72)이 12일 오전 서울 성북구 성북동 길상사에서 열린 ‘길상사 개원 7주년 기념 법회’에서 “경제적 불황으로 생활이 어려워질수록 가난의 의미를 깨달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오전 초겨울의 쌀쌀한 날씨에도 많은 신도들이 길상사를 찾아 스님의 법문을 경청했다.

법정 스님은 “불황이 소비위축 때문이라고 하는데 더 많이 소비하면 우리가 과연 행복할 수 있을까, 얼마만큼 가지면 행복할 수 있을까”라는 화두로 설법을 시작했다.

20∼30년 전만 해도 겨울에 연탄 몇 장과 쌀 몇 말만 있어도 행복을 느꼈는데 그때보다 더 많이 갖게 된 지금 오히려 더 삭막하고 살벌한 이유가 무엇이냐는 것.

“사람들은 모두 더 많은 것을 욕망하지만 그렇게 차지할수록 행복할까요. 지금은 만족할 줄도, 고마워 할 줄도 몰라요. 하나가 필요할 때 하나만 가져야지, 둘을 가지려고 하면 하나도 갖지 못한다는 걸 깨달아야 합니다. 넘치는 것이 모자란 것만 못하다는 격언을 상기해야지요.”

법정 스님은 “옛날부터 성인들께서는 먼저 남을 돕고 이웃과 함께 나누며, 만약 도울 수 없다면 (남에게) 해는 끼치지 말라고 말씀하셨다”며 “도움을 주면 도움을 주는 쪽과 받는 쪽 모두 충만해지며, 특히 주는 쪽이 더욱 충만해지는 것이 바로 나눔의 비밀”이라고 강조했다.

법정 스님은 “물질과 부가 아니라 아쉬움과 궁핍이 (삶의) 귀함과 고마움을 알게 하고, 또 삶의 질도 높인다”며 “길상사를 처음 열 때 ‘가난한 절이 되기를 빈다’고 했는데 과연 그 바람이 얼마나 실현됐는지 되돌아야 봐야 한다”는 말로 설법을 마쳤다.

길상사는 1980년대 말까지 삼청각과 함께 최고급 요정의 하나였던 대원각의 7000여 평 부지와 건물을 당시 사장 김영한 씨(여·작고)가 법정 스님에게 시주해 1997년 12월 개원했다.

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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