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뷰]‘쉘 위 댄스’ 스텝 속엔 새로운 삶이 있다

  • 입력 2004년 11월 3일 18시 2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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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야쿠쇼 코지가 주연한 원작(왼쪽)과 이 작품을 할리우드에서 리메이크한 리처드 기어 주연의 ‘쉘 위 댄스’. -사진제공 브에나비스타코리아
일본 야쿠쇼 코지가 주연한 원작(왼쪽)과 이 작품을 할리우드에서 리메이크한 리처드 기어 주연의 ‘쉘 위 댄스’. -사진제공 브에나비스타코리아
미국 시카고에 사는 중년의 변호사 클라크(리처드 기어)는 겉으로 보기에 남부러울 것이 없는 사람이다. 변호사로서의 성공적인 경력, 가족을 사랑하는 따뜻한 아내 비벌리(수전 서랜던), 사랑스러운 두 아이 등 부족한 것이 없다. 전철을 타고 출퇴근하던 그는 어느 날 댄스 클럽 창가에 서 있는 댄스 강사 폴리나(제니퍼 로페즈)에 끌려 그곳을 찾는다. 사교댄스 초급반에 등록한 클라크는 점점 춤의 매력에 빠져든다.

영화 ‘쉘 위 댄스’는 일본 수오 마사유키 감독의 동명 영화(1996년)를 할리우드에서 리메이크한 작품. 야쿠쇼 고지가 주연한 원작은 당시 일본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13개 부문을 휩쓸었고 2000년 국내 개봉에서도 호평을 받았다.

‘할리우드 판’은 비교적 충실하게 원작을 담아냈다. 회사원에서 변호사로 남자 주인공의 직업이 바뀌고 아내와의 갈등과 화해 등 가족 관계에 대한 비중이 높아진 점을 빼면 큰 차이가 없다.

결론적으로 리처드 기어의 ‘쉘 위 댄스’는 눈높이에 따라 평가가 달라질 수 있는 작품이다. 야쿠쇼의 작품을 보지 않았다면 그 자체만으로 충분히 흥미롭다. 하지만 원작과 리메이크 작 가운데 어느 작품이 나은가라는 우열의 잣대를 들이댄다면 다소 실망스럽다.

무엇보다 할리우드 판은 춤이 자연스러워진 반면 드라마가 엷어졌다. 성공한 중년 변호사의 인생에 드리워진 그늘은 명암이 분명하지 않다. 자기 생활에 몰두하는 가족 구성원의 모습과 피곤한 전철 풍경이 등장하지만 잠깐 지나가는 삽화에 불과하다. 춤에 익숙한 서양 분위기를 감안할 때 클라크의 춤에 대한 동경이 아내와의 갈등으로 번지는 것도 다소 억지스럽다.

기어의 얼굴은 50대의 나이(54)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매력적이고 섹시하지만 영화에 현실감을 불어넣지는 못한다. 그가 스텝을 밟으며 왈츠를 추거나 장미 한 송이를 든 채 아내에게 화해의 춤을 청할 때 보는 이의 가슴은 설렌다. 그렇지만 이 얼굴은 나이를 먹지 않는 왕자의 모습이지 인생에 지친 중년의 그것은 아니다.

할리우드 판은 춤을 소재로 했으면서도 댄스 장면에서 배우의 발목 부분을 제대로 보여주지 않는다. 현란한 발의 움직임이 춤 자체의 매력임에도 이게 보이지 않아 답답한 댄스 화면이 돼 버렸다. 12일 개봉. 12세 이상 관람 가.

김갑식기자 dunanworl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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