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48기 국수전…중대한 실수

  • 입력 2004년 10월 19일 18시 37분


9월 하순에 열린 이창호 9단과 원성진 5단(최근 6단으로 승단)의 대결은 본선에서 주목받는 한 판이었다. 원 5단이 1인자 이 9단을 추적하는 ‘85년생 송아지 삼총사’의 일원이기 때문이다.

두 대국자의 기세 대결은 중앙에서 큰 싸움으로 번졌다.

백 78로 한 점을 살렸을 때가 이 바둑의 하이라이트. 흑의 선택이 판의 골격을 좌우한다.

원 5단은 상식적인 흑 79를 택했다. 이런 모양에서 흔히 쓰이는 행마다. 그러나 백 80의 묘수에 흑의 숨이 막힌다. ‘가’와 82의 곳으로 장문 치는 수를 동시에 노린다.

백 80은 아마 5단급도 쉽게 발견할 수 있는 수. 원 5단이 왜 이 수를 깜빡했는지 미스터리다.

흑이 참고 1도처럼 뒀으면 승부는 여전히 점칠 수 없었다. 흑 79의 치명적 실수로 백 90까지 알토란같은 흑 석 점이 백의 수중에 들어가는 바람에 백이 크게 우세해졌다.

흑 95가 나올 때가 이 9단에게 선택의 기로였다.

백의 선택 중 하나는 참고 2도처럼 귀를 살리는 것. 이러면 실리로 10집 이상 덕 본다. 대신 중앙 백이 흑 석 점을 잡고도 완생이 아니어서 흑은 참고 2도 2 이하로 공격에 나선다. 이 백이 잡힐 확률은 1% 남짓.

또 다른 선택은 실전처럼 귀를 내주고 중앙 백을 보강하는 것. 이러면 중앙은 깨끗이 살지만 실리 차이가 5집 이내로 줄어든다.

이 9단은 후자를 선택했다. 30집 크기의 귀가 잡혀 집의 차이가 줄더라도 1%의 위험을 안지 않겠다는 것이었다.

참고 2도처럼 진행되면 대마는 살아도 주변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모른다. 반상의 변수를 없애자는 이 9단의 선택은 현명했다. 백 8집반 승.

21일부터 조훈현 9단과 원성진 6단의 패자조 2회전을 소개한다.

해설=김승준 8단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