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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4년 7월 17일 00시 1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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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16일 제주 제주시 전통문화재인 제주목 관아 귤림당에서 열린 제38기 왕위전 도전 5번기 1국에서 이창호 9단을 270수 만에 백 3집반으로 누르고 선승했다.
이날 승리는 그에게 큰 의미를 갖고 있다.
그가 지난해 3월 LG배 세계기왕전에서 이창호 9단을 3 대 1로 꺾고 우승한 데 이어 8월 후지쓰배 결승에서 송태곤 7단을 물리쳐 2관왕에 올랐을 때만 해도 바둑계에선 ‘이창호-이세돌 양강 시대’가 열렸다고 했다.
하지만 이세돌 9단은 지난해 하반기 이후 줄곧 내리막길을 걸었다. 세계대회에선 거의 1회전 탈락의 고배를 마셨고 국내 대회에서도 무관으로 전락했다.
그는 대국 전 기자회견에서 “지난해 이창호 9단을 꺾자 우쭐한 느낌도 들었고 정상에 오른 뒤에는 허탈하기도 했다. 그런 것이 겹치면서 부진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이세돌 9단은 그러나 이번 왕위전 본선에선 달랐다. 그는 7전 전승으로 도전권을 따냈으며 올해 28승8패로 좋은 성적을 보이고 있다. 김성룡 8단은 “이세돌 9단은 왕위 타이틀을 가진 이창호 9단과 맞붙을 기회를 잡기 위해 전력을 다해 둔 것 같다”고 말했다.
이날 대국에서도 이세돌 9단은 초반 불리를 딛고 끝내기에서 대역전극을 펼쳤다. 이창호 9단의 장기를 거꾸로 그가 보여준 것이다.
이세돌 9단은 국후 “이창호 9단과 승부를 할 때 첫 판은 꼭 이겼는데 이번에도 그랬다”며 “1년여간 내 바둑에 대한 느낌이 좋았던 적이 없다가 최근 나아지고 있는데 왕위전에서 그것을 계속 이어가고 싶다”고 말했다.
서정보기자 suhcho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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