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특별한 체험 여행]‘바다의 정원’ 강릉시 하슬라 아트월드

  • 입력 2004년 5월 27일 21시 4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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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의 정원에서 내내 바닷길을 걸어 내려가면 이렇게 가슴이 메는 바다를 볼 수 있다. 이곳이 하슬라 아트월드 관람의 처음이자 마지막인 꿈 같은 전망대다.
바다의 정원에서 내내 바닷길을 걸어 내려가면 이렇게 가슴이 메는 바다를 볼 수 있다. 이곳이 하슬라 아트월드 관람의 처음이자 마지막인 꿈 같은 전망대다.

《탁 트인 동해를 정면으로 바라보는 해돋이 명소 정동진이 예술정원으로 다시 주목받고 있다. 정동진역 부근 커다란 동산을 자연 그대로 활용해 대지예술을 실현한 하슬라 아트월드가 바로 그곳.

이곳은 단순히 보는 즐거움만 있는 것이 아니다. 관람자들이 예술 작품 위를 걷고, 조각을 만지고, 명화 속 주인공들처럼 옷을 입어보는 등 다양한 체험을 할 수 있다. 때문에 그 안을 걸어 다니는 사람조차도 하나의 예술작품이 된다. 말하자면 관람자들의 발길, 손길이 찾아와야 비로소 작품이 완성되는 참여예술인 것이다.》

○ 강릉의 옛 이름 ‘하슬라’

영동고속도로를 타고 강릉을 지나 동해안을 따라가는 7번 국도로 들어서 정동진으로 가다보면 오른쪽 언덕으로 다양한 얼굴의 사람 조각상이 눈에 띈다. 지난해 10월에 오픈한 하슬라 아트월드다. ‘하슬라’는 강릉의 신라시대 이름.

일렬로 늘어선 이들 조각상을 바라보며 언덕길을 300m가량 올라가면 완전히 다른 세상이 펼쳐진다. 특히 바다가 한눈에 보이는 넓은 나무테라스는 이국적인 느낌이 물씬 배어난다. 간간이 정동진역을 통과한 기차가 덜커덩 소리를 내며 지나갈 때는 한 폭의 그림 같다.

이곳에서는 해돋이뿐 아니라 그보다 더 아름답다는, 달뜨는 모습도 볼 수 있다. 해가 진 후 까만 바다 저편에서 하얀 달이 올라올 때면 언덕 위 사람들은 모두가 시인이 되곤 한다.

하슬라 아트월드는 7만5000평 규모에 산책로만 약 2km에 이른다. 쉬엄쉬엄 걸으면 1시간반 정도 걸린다. 성성활엽길, 시간의 광장, 골굴리는 미술관, 절절소리길, 내내바다길…. 산책로마다 이름이 재미있다. 이 산책로들은 해가 지면 더욱 분위기가 살아난다. 땅 속에서 비취는 은은한 조명등이 동산 가득히 켜져 연인들에겐 인기만점.

○ 타임머신 타고 떠나볼까

다산을 상징하는 조각상 ‘비너스’(빌렌도르프 작)을 만지며 즐거워 하는 꼬마.

성성활엽길에선 땅을 쳐다보면 하늘과 나무가 보인다. 숲 속 바닥 곳곳에 반사경을 설치했기 때문이다. 나무를 올려보아도 좋지만 거울을 통해 거꾸로 반사된 나무와 파란 하늘, 동동 떠다니는 흰 구름을 보는 맛이 독특하다. 거울 안에는 자연과 함께 어우러진 자신의 모습도 담겨 있다.

성성활엽길이 끝날 즈음 소나무정원이 이어진다. 이곳의 소나무는 여느 곳과 달리 키가 아주 작다. 바닷바람을 맞으며 자란 꼬마 소나무들로 뒤덮여 마치 일부러 꾸며놓은 분재동산 같다. 이곳 산책로는 폭 1.5m가량의 나무데크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유모차를 끌거나 장애인들이 산책하기에도 편안하다. 호젓한 벤치에 앉아 바다를 바라보노라면 어느새 자신이 하나의 설치예술작품이 된다.

소나무정원 위에는 초대형 해시계가 설치된 시간의 광장이 기다리고 있다. 광장의 형태가 움푹 파인 둥근 그릇 모양이라 그 안에 있는 관람객들이 마치 시계 초침처럼 움직이는 것 같다. 갖가지 조명이 켜진 시간의 터널 안에 들어서면 타임머신을 타고 미지의 세계로 떠나는 공상과학 영화의 주인공이 된 느낌이다.

○ 내가 명화 속 주인공

소나무 정원에서 청년 5명이 조각품 의자에 앉아 즉석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시간의 광장 바로 아래 숲 속에는 나무사이로 멀리 바다가 보이는 아담한 놀이정원이 있다. 20세기 유명한 미술작품을 재현하여 직접 사진을 찍을 수 있는 포토플레이스와 미술작품 속 의상을 입어볼 수 있는 퍼포먼스 공간이다.

포토플레이스에서는 살포시 얼굴을 내밀어 모나리자, 나폴레옹, 비너스, 아비뇽의 처녀 등 명화 속의 주인공이 될 수 있다. 보통 포토플레이스에서는 대부분 멋쩍은 듯 얼굴만 불쑥 내밀게 마련이지만 이곳에선 명화 속 주인공의 표정을 최대한 흉내 내려 애쓰는 사람들을 보는 것이 더 재미있다. 또 달리, 몬드리안 등의 미술작품 속 의상이 준비돼 있는데 이를 입고 작품의 대형 프린트 앞에서 갖가지 포즈를 잡아보면 미술이 더 재미있고 가깝게 다가왔음을 문득 깨닫게 된다.

놀이정원 아래로는 하슬라 아트월드의 마지막 관람 코스인 바다의 정원이 펼쳐진다. 바다를 바라보며 약간의 내리막길을 걷게 되는 이곳은 내내바다길이라는 이름이 붙어있다. 길 이름대로 내내 바다를 바라보며 걷다보면 바다 속으로 들어갈 것 같은 느낌을 준다. 내내바다길 끝은 대지예술 산책로의 시작점이었던 전망대. 향긋한 차 한잔을 마시며 잠시 여유를 가져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하슬라 아트월드 033-648-4091

글=최미선 여행플래너 tigerlion007@hanmail.net

사진=신석교 프리랜서 사진작가 rainstorm4953@hanmail.net

▼하슬라 아트월드에서 만난 대가들▼

○파블로 피카소

스페인 태생의 대표적인 입체파 화가. 사물을 보이는 면뿐만 아니라 안 보이는 면까지 그려 입체적으로 표현하는 것이 특징. 대표작 중 하나인 ‘아비뇽의 처녀들’은 스페인 바로셀로나에 있는 홍등가 아비뇽에서 일하는 창녀들을 그린 작품이다.

○잭슨 폴록

물감을 캔버스에 흩뿌리는 ‘액션페인팅’이라는 새로운 기법을 만들어낸 미국 화가. 작품에 위아래도 없고 뭐가뭔지 알아보기가 힘들지만 자세히 보면 그 안에서 화가의 섬세한 감정표현을 읽을 수 있다.

○피터 몬드리안

여러 가지 사각형들이 모여 있는 듯한 차갑고 냉철한 그림을 그린 신조형주의 화가. 사물의 섬세한 모습보다는 시각적으로 느낄 수 있는 선, 면, 색만을 단순화시켜 조화롭게 그리는 것에서 ‘조형미’를 찾았다.

○살바도르 달리

독특한 정신세계와 표현법을 가진 천재화가. 현실세계와 동떨어져 자신의 기억, 꿈, 무의식 속에 있는 것들을 그린 초현실주의 작품이 주를 이룬다. 그의 그림 속에 등장하는 사람, 사물들은 현실 속에 존재하는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한 것이 많다.

○르네 마그리트

착시의 세계를 그림으로 표현한 초현실주의 화가. 무의식의 세계를 표현했던 달리와는 달리 현실적인 것들에 관심이 많았지만 사물을 지나치게 크게 그리거나 전혀 관련 없는 사물들을 결합하여 새로운 이미지들을 만들어냈다.

▼ 1박2일 떠나볼까▼

1. 하슬라 아트월드 도착(입장료 어른 5000원, 청소년 이하 4000원)→주제별 산책로 돌아보기

2. 놀이정원에서 명화 속 주인공 체험을 하며 사진촬영(명화 작품 옷은 무료)→전망대에서 바다 감상하며 차 한잔→숙박

3. 이른 아침 정동진역, 모래시계공원 산책→금진항에서 유람선타기(어른 1만2000원, 어린이 8000원, 50분 소요, 033-644-5480)→해안도로 드라이브→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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