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살림살이/학원가]‘돼지엄마’ 모셔라

  • 입력 2004년 5월 20일 19시 29분


#학원가

경기침체에다 교육방송(EBS) 대학수학능력시험 강의 실시 등으로 불황을 맞고 있는 서울 경기 일대 주요 학원가에 속칭 ‘돼지엄마’ 바람이 거세다.

돼지엄마는 새끼를 잘 치고 냄새를 잘 맡는 돼지의 특성에 빗대 학원정보에도 빠르고 몰고 다니는 수강생이 많은 학부모를 일컫는 학원가의 은어(隱語).

10여년 전만 해도 일부 수강생을 학원에 제공한 대가로 자녀의 수강료를 할인받거나 면제받는 것이 통례였으나 최근에는 상업화하는 추세.

서울 노원구 중계동의 A학원 김모 원장은 “돼지엄마는 예전에도 있어왔지만 요즘에는 불황으로 학원 운영이 어려워지면서 학원들이 이들에게 더욱 매달리는 양상”이라며 “학원에 데려 온 학생들의 2, 3개월치 수강료 수천만원을 사례비로 받아가는 것은 흔한 일”이라고 말했다. 주요 학원가 일대의 수험생 엄마들은 아예 동창회 등 각종 모임에 학원수준을 평가한 리스트를 들고 다니는 경우가 많아 학원들이 전전긍긍하고 있다.

서초구 반포동의 B학원 손모 강사(33)는 “이런 엄마들에게 밉보이면 요즘 같은 불경기에 학원 영업은 끝장”이라고 말했다.

강남구 대치동 C학원 원장은 “요즘에는 30∼100명 정도의 학생들을 몰고 다녀야 돼지엄마로 불릴 정도”라고 말했다.

돼지엄마의 타깃은 학원홍보를 하기 곤란한 소규모 학원들. 일부 돼지엄마는 학원에 스카우트되기도 한다.

그러나 양천구 D학원 강사 정모씨(31)는 “돼지엄마는 학원에도 한동안만 이익을 줄 뿐이고, 이들을 따라다니는 수강생도 학원을 전전하게 돼 학업효율이 저하되는 경우가 많다”고 우려했다.

정원수기자 need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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