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즈]가족 독서 모임으로 화목 일군 김병태-이명숙 부부

  • 입력 2004년 5월 16일 17시 45분


김병태씨 가족이 건넌방 테이블에서 얘기를 나누고 있다.왼쪽부터 김씨, 부인 이명숙씨, 차남 영훈, 장남 영신군. 김진경기자 kjk9@donga.com
김병태씨 가족이 건넌방 테이블에서 얘기를 나누고 있다.왼쪽부터 김씨, 부인 이명숙씨, 차남 영훈, 장남 영신군. 김진경기자 kjk9@donga.com

경기 부천시 원미구 역곡동에 사는 김병태(49·회사원) 이명숙씨(46) 부부는 큰아들이 고3이 되기 전까지만 해도 매달 가족 독서모임을 가졌다. 독서모임이라고 해서 거창하게 토론을 벌이는 것이 아니라 서재로 꾸민 건넌방 테이블에 네 식구가 둘러앉아 각자 자신의 느낌을 편하게 말하는 정도.

그러나 고3인 첫째와 중2 둘째아들을 데리고 이 모임을 계속하기가 여의치 않아 큰 아들이 대학에 갈 때까지 중단한 상태다. 이씨는 “그래도 좋은 책이 있으면 자꾸 권하게 된다”고 귀띔했다.

네 식구가 함께 읽은 책으로는 ‘우동 한 그릇’ ‘마당 깊은 집’ ‘작은 씨앗을 심는 사람들’ ‘3번지에 온 아이’ ‘갈매기의 꿈’ ‘래리 킹:대화의 법칙’ 등 헤아릴 수 없이 많다. 김씨는 “주로 아이들 책이지만 어른들이 읽고 곱씹어 볼 만한 내용이 많다”고 말한다.

김씨 가족이 책과 가까워지게 된 것은 큰아이가 유치원에 갈 때까지 김씨가 사우디아라비아 건설현장에서 근무해 서로 적적함을 달래려 책을 많이 보았기 때문. 책은 큰아이에게 아빠의 빈자리를 채워줬다. 아빠가 귀국한 뒤에도 아이들은 아빠와 함께 책을 읽었다.

독서를 계기로 시작된 부모와 자녀의 대화는 지금도 계속된다. 야간자율학습이 끝나 밤 12시에 귀가하는 큰아이를 부부는 꼭 기다려 얘기를 나눈다. 둘째 역시 형을 기다린다.

형제는 친구의 고민부터 선생님의 체벌까지 하루 있었던 일을 앞 다퉈 털어놓는다. 엄마의 대답은 대부분 “너희들이 참아야지”이고 아빠의 대답은 “알아서 판단해라”.

이씨는 “남자아이들은 중학교만 들어가도 부모와 얘기하려 하지 않는데 아이들이 고민을 털어놓는 것 자체가 이미 해결책을 갖고 있는 셈”이라고 강조했다.

부모와 얘기가 잘 통한다고 생각하는 아이들도 ‘요즘 뜨는 브랜드를 사 달라’는 말을 엄마가 무시할 때면 “엄마는 너무 몰라”하고 푸념한다.

김씨는 “책을 많이 읽는다고 공부를 잘하는 것은 아니지만 원만한 성격 형성에는 확실히 도움이 된다”고 주장했다. 독서를 통해 다른 사람들의 입장에서 많이 생각해 보기 때문인 것 같단다.

얼마 전 김씨 부부는 식탁 위에서 큰아이의 편지를 발견해서 코끝이 찡했다.

‘매일 제가 집에 들어올 때까지 주무시지도 못하고 앉아서 졸고 있는 모습을 보면서도 미안한 마음을 잘 표현하지 못했습니다.’

김진경기자 kjk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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