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사하라 레드? 어떤 색일까…자동차 도료 소재 문범展

  • 입력 2004년 3월 28일 17시 4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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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범 작 ‘slow, same #7122’(세로·2003년)-사진제공 PKM갤러리
문범 작 ‘slow, same #7122’(세로·2003년)-사진제공 PKM갤러리
‘옐로 슈거(yellow sugar)’ ‘사하라 레드(sahara red)’ ‘퍼니 레몬(funny lemon)’…. 이 매력적인 이름의 색깔들은 다름 아닌 자동차에 칠하는 도료들이다. 언뜻 자동차 색깔하면 검은 색이나 흰색, 회색. 유채색이라고 해 봐야 빨강, 연두 정도일 것 같지만 물감 색깔보다 더 종류가 다양하고 순도 높다는 것이 작가 문범(49·건국대 교수)의 말이다.

문범은 물감이 아닌 자동차 도료와 광택제라는 화학재료로 독특한 추상 화면을 선보인다. 4월25일까지 서울 종로구 화동 PKM갤러리에서 열리는 ‘랜덤 랜드스케이프(Random Landscape)’ 전은 5년 만에 갖는 개인전이다. 신작 30여점이 나온다.

‘우연히 그려진 풍경화’라는 제목에 걸맞게 그의 작업은 ‘우연성’에 의존한다. 유화물감에 특수재료를 섞어 만든 오일스틱을 수직으로 내리 그은 다음 손으로 이리저리 문지른 뒤 자동차 광택제로 마무리한다. 이런 과정 끝에 나온 그의 화면은 뜻밖에 전통 수묵화를 연상시키는 풍경화다. 몽환적인 화면은 ‘비 대상적인’ 혹은 ‘발견된’ 풍경화로 일컬어진다.

이밖에 한 가지 색깔의 스프레이를 꼼꼼히 뿌려 화면을 채운 뒤 그 위에 부분적으로 도료를 흘린 작품들은 평면인데도 마치 미니멀 조각 같은 공간감을 준다.

작가는 “내 작품이 수묵 풍경이나 미니멀 조각 같다는 느낌은 의도하지 않은 것들”이라며 “가장 상업적인 재료에서 깊이와 침잠을 읽는 관객들의 반응이 신선하다”고 말한다.

이번 전시에서는 또 사진작품들도 처음 나온다. 플라스틱 압정, 톱니바퀴 등 일상의 사소한 사물들을 독특한 방식으로 포착했다. 진한 빨강색을 배경으로 고등어 한 마리를 놓고 찍은 작품의 제목은 ‘어느 무정부주의자’다. 02-734-9467

허문명기자 angelhu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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