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즈]고정임씨 가족 "책읽으며 인내심도 키워"

  • 입력 2004년 3월 14일 17시 2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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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정임씨가 아이들과 함께 집 뒤 살구나무에 걸터앉아 책을 읽고 있다.양주=김진경기자 kjk9@donga.com
고정임씨가 아이들과 함께 집 뒤 살구나무에 걸터앉아 책을 읽고 있다.양주=김진경기자 kjk9@donga.com
고정임씨(41) 가족을 만나기 위해 경기 양주시 백석읍 홍죽리 전원주택을 찾은 기자에게 고씨와 세 아이들은 “오후에 뒷산으로 산책을 나갔는데 진달래가 활짝 피었다”며 꽃 소식을 전했다.

“아이들이 자연에서 자유롭게 뛰노는 게 공부잖아요. 시골에서 마땅히 가지고 놀 것이 없어 책을 가까이 하게 됐고요.”

고씨는 첫딸 수산나(의정부여중 3)가 세살 때 이곳 전원주택으로 이사했다. 시부모님을 모시기 위해서였다. 남편(41)은 서울에서 직장을 정리하고 고씨와 함께 농사를 지었다. 수산나와 둘째딸 근영이(백석초교 6)는 책을 가지고 놀 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고씨는 틈이 날 때마다 자매를 데리고 의정부행 시외버스에 올랐다. 서점에서 책을 고르는 기쁨을 느끼게 해주고 싶어서였다. 아홉 형제자매 속에서 자라 서로 부대끼느라 책 읽을 시간이 없었던 고씨는 아이들에게 책을 가까이 하도록 애썼다.

수산나는 한글을 깨치지 못했을 때는 구연동화가 담긴 오디오테이프를 꼼짝하지 않고 몇 번이나 되풀이해 들었다. 글자를 알고 책을 직접 고를 만큼 컸을 때는 책 읽는 재미에 빠져 자꾸 책방에 가자고 졸랐다. 그때 고른 책들은 자매의 친구가 됐고 늦둥이 막내 종찬이(3)가 물려받았다.

저녁시간 온 가족이 책이나 신문을 읽기 때문인지 종찬이도 누나들이 책상 앞에 앉으면 책을 펼쳐놓고 들여다본다. 가장 좋아하는 책은 ‘누가 내 머리에 똥 쌌어’. 졸릴 때면 누나들이나 엄마에게 읽어달라고 조른다. ‘글자 없는 그림책’을 들여다보면서는 매번 서로 다른 이야기를 꾸며 댄다. 장난감은 금방 싫증을 내지만 책은 네 권이든 다섯 권이든 앉은 자리에서 움직이지 않고 본다.

고씨는 아이들과 함께 얼마 전부터 서울시내의 큰 서점을 찾고 있다. 온 가족이 김밥을 싸 들고 시외버스와 지하철을 갈아타면서 광화문까지 온다.

고씨는 자매에게 책을 읽은 뒤 몇 줄이라도 독서공책에 느낌을 적어 넣도록 하고 있다. 이 같은 독서교육 때문인지 수산나는 초등학교 내내 학원공부나 과외 한번 해보지 않았지만 학교성적은 상위권이다. 또 글짓기나 공부와 관련된 상은 휩쓸다시피 했다.

근영이 역시 언니를 닮아 글짓기도 잘하지만 방과 후 프로그램인 댄스스포츠와 발레 미술에서도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얼마 전에는 인근에 문을 연 미추 극단에 놀러갔다가 연출자의 눈에 띄어 연극에 출연하기도 했다.

수산나는 중3이 되면서 외국어고교 입학시험 준비를 하고 있다. 그러나 시간이 조금이라도 나면 책을 붙든다. “직접 먼 나라를 가거나 다양한 체험을 할 수는 없어도 책을 통해 간접체험을 할 수 있어요.” 수산나가 독서에 매달리는 이유다.

고씨는 “독서는 모든 공부의 기본”이라며 “아이들이 진득이 앉아 공부하는 것을 보면 끈기까지 길러준 것 같다”고 말했다.김진경기자 kjk9@donga.com

▽‘KIDS’섹션은 ‘자녀와 함께 30분 책읽기운동’을 후원하기 위해 매월 1회 모범적으로 책 읽는 가정을 소개합니다. 참여를 원하는 가정은 간단한 소개의 글을 e메일(kissbooks@donga.com)로 보내주십시오. 담당기자가 그중 가장 모범적인 가정을 골라 취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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