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케이블TV는 우리에게 맡겨라”

  • 입력 2004년 2월 12일 18시 54분


전혀 아줌마로는 보이지 않는 방송계의 ‘잘나가는’ 아줌마들이 모였다. 왼쪽부터 박선화, 유난희, 나승연씨. 변영욱기자
전혀 아줌마로는 보이지 않는 방송계의 ‘잘나가는’ 아줌마들이 모였다. 왼쪽부터 박선화, 유난희, 나승연씨. 변영욱기자
국내 최초의 억대 연봉 쇼 호스트인 현대홈쇼핑 유난희씨(39), 아리랑 TV ‘쇼비즈 엑스트라’ MC 나승연씨(31), MBN ‘돈이 보이는 TV 머니플러스’ MC 박선화씨(33).

이들에게는 세 가지 공통점이 있다. 첫째는 케이블 방송업계에서 서로 모셔가려고 할 정도로 각 분야에서 인정받는다는 점이고 둘째는 결혼한 지 5년이 넘은 ‘아줌마’라는 점이다. 마지막 한 가지는 ‘겉보기에 전혀 아줌마같지 않다’라는 것이다.

이들 ‘잘나가는’ 아줌마 셋이 모여 유쾌한 수다를 떨었다. 1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세종로 일민미술관 내 카페 ‘이마’에서 이들을 만났다.

이들 중 선임 격인 유씨는 한국 케이블 TV 역사의 산 증인. 1991년 케이블 TV 시범 정부 사업단의 아나운서 겸 기자로 출발해 95년 39쇼핑(현 CJ홈쇼핑) 쇼 호스트 공채 1기로 뽑혀 홈쇼핑업계에 발을 들여 놓았다. 그 뒤 명품과 패션 부문 쇼 호스트로 유명해져 현재 국내 최고로 인정받고 있다.

프로그램의 특성상 새벽에 일이 끝나는 경우가 많은 유씨는 방송아카데미나 기업에서 쇼핑 호스트 과정 강사로도 활동하고 있다.

유씨는 “화면에 자주 비치는 손을 다칠까봐 캔 음료도 대신 따 주는 남편의 외조 덕분에 힘들지 않다”고 말했다. 유씨는 얼굴보다 상품을 만지는 손이 화면에 더 자주 나온다.

나승연씨는 아리랑 TV의 ‘퀴즈 챔피언’ MC로 유명하다. 그는 어렸을 때 유럽과 캐나다에서 12년간 생활한 외국통. 지금은 국내 최초의 영어 연예정보 프로그램인 ‘쇼비즈 엑스트라’ MC로 활약하고 있다. 동아시아포럼 창립총회, 반부패세계포럼 등 국제회의 영어 MC 경험도 많다. 지난해에는 영어 프레젠테이션 등 영어로 말하는 법과 제스처를 가르치는 교육기관을 전현직 아리랑 TV 동료들과 함께 설립해 공동대표로 있다. 셋 중 유일하게 아이가 없는 나씨는 “올해 안에는 엄마가 돼야죠”라며 웃었다. 국내보다 오히려 동남아 등 해외에서 알아보는 사람이 많다는 나씨는 한국 스타들의 이야기를 동남아에 영어로 전하면서 한류(韓流)의 열풍을 부채질하고 있다.

박선화씨는 SBS ‘여행쇼 일상탈출’도 진행한다. 그는 EBS에서도 책 프로그램 진행을 맡을 예정이지만 궁극적으로 자신의 토크쇼를 갖는 것이 꿈이다. 예전에는 교양 프로 MC만을 고집했지만 최근에는 소설도 쓰고 있고 연기도 공부하고 있다. 그는 “MC에 한정되지 않고 만능 엔터테이너로 거듭나고 싶다”고 말했다. 요즘엔 TV에 나오는 엄마를 보고 “나도 나가자”고 조르는 아들 정태영군(5)과 노느라 시간 가는 줄 모른다.

일과 남편, 아이들로 이야기를 나누던 이들은 한 시간쯤 지나자 “생방송해야 한다” “방송을 준비해야 한다”며 차례로 자리를 떴다. 자리에서 일어나면서 이들은 한결같이 “기사에 아줌마라는 얘기는 빼면 안돼요?”라고 말했다.

김선우기자 sublim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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