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책]"동화테이프 직접 녹음하면 싫증 안나"

  • 입력 2004년 2월 8일 17시 2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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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당나귀가 말합니다. 난 아기당나귀가 아니야! 난 다 큰 당나귀라고.”

분홍색 녹음기에서 엄마 박성희씨(34· 인천 계양구 병방동)의 목소리가 흘러나오고, 이어 아들 준하(5)가 “엄마, 나도 내일 혼자 친구네 갈 거야”라고 한 말을 딸 선영이(7)가 “쉿”하며 가로막는 소리가 들린다. 다시 박씨가 책 서너권 읽는 소리가 나오고 선영이와 준하의 노랫소리가 뒤를 잇는다. 그 다음은 아빠 백인옥씨(37·고교 교사)의 책 읽는 소리가 흘러나온다.

엄마 박씨는 “가족이 모두 참여해 만든 녹음테이프”라며 “품질은 전문업체의 구연동화 테이프보다 떨어지지만 아이들은 자신들과 엄마 아빠의 목소리가 담긴 이 테이프를 더 좋아한다”고 설명했다.

박씨가 어린이 책 레코딩을 시작한 것은 1년반 전. 빌려온 책 중 아이들이 좋아하는 것은 복사도 하고 직접 구입하기도 했다. 그러나 복사한 것은 어쩐지 마음에 들지 않았고 아이들이 원하는 책을 있는 대로 사기도 부담됐다. 그래서 소형녹음기를 사다 책을 읽어주면서 그 내용을 녹음했고 아이들이 부르는 동요를 선전에 나오는 것처럼 중간에 레코딩했다. 아빠 백씨는 “아이들은 자기들이 다 읽은 책인데도 녹음기에서 나오는 책을 새롭게 받아들인다”고 소개했다.

레코딩 시간은 밤 9시부터 40분 정도. 아이들은 책 서너 권을 가지고 잠자리로 향하는데 엄마 박씨는 몇 번이고 책을 읽어주며 녹음한다. 아빠 백씨는 일주일에 하루나 이틀 거드는 편. 아이들은 백씨의 목소리가 저음이기 때문인지 머릿속에 잘 들어온다며 더 좋아한다.

한글은 일찍 깨쳤지만 스스로 책 읽기를 싫어했던 선영이가 레코딩 작업 후 기꺼이 책 읽기에 나선 것도 큰 수확이다. 준하는 누나와 장난치는 소리가 나오는 것이 신기한지 심심하면 녹음기를 틀어달라고 조른다. 충남 대천시 할아버지 집에 갈 때도 차 속에서 내내 테이프를 듣는다. 공룡 악어 차에 대한 책이 나오는 녹음테이프는 얼마나 많이 반복해 들었던지 테이프가 늘어났을 정도.

박씨는 이웃에 사는 엄마들과 월요일과 목요일 오후 아이들 품앗이 수업을 하는데 그 품앗이 수업을 통해 이웃들에게 어린이 책을 녹음해 들려주는 비법을 소개하고 있다.

김진경기자 kjk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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