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첫 법원장 오른 이영애 춘천지법원장

  • 입력 2004년 2월 4일 18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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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최초’라는 타이틀이 늘 부담스러웠지만 이젠 어느 정도 익숙하네요. 담담합니다.”

4일 단행된 대법원 인사에서 여성 최초의 지방법원장이 탄생했다. 서울고법 특별7부 이영애(李玲愛·56) 부장판사가 춘천지방법원장으로 발령받은 것.

이 부장판사에게는 서울대 법학과 수석 합격, 사법고시 13회 수석 합격, 사법연수원 수석 졸업 이외에도 여성 최초 지방법원 부장판사, 여성 최초 사법연수원 교수, 여성 최초 고등법원 부장판사라는 화려한 수식어가 늘 따라다닌다.

“여성 최초로 지법 부장판사나 고법 부장판사가 됐을 때 격려도 받았지만 한편으론 ‘여성이 잘할 수 있겠느냐’는 우려를 받기도 했지요. 그러나 지금까지 잘해 왔지 않습니까. 이젠 ‘여성 최초’라는 말이 무의미해지는 이상적인 사회가 올 것이라고 믿습니다.”

그는 능력 이외에 여성이라는 이유로 주목받는 것에 대해 적잖이 거부감을 표시했다.

“예전에는 여성 판사가 드물어 남성이라면 받지 않아도 될 관심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요즘은 여성의 사회 진출이 활발해졌고 판사들 중 여성의 비율도 점점 높아지고 있지요.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후배 여성 법관들에게 좋은 역할모델이 되어 주는 것이지요.”

이 부장판사는 재판 이외에 법원행정처 등지에서 행정업무를 해 본 적은 없다.

“한국에서의 사회생활은 남성들의 ‘술자리’ 문화가 지배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 부분은 좀 바뀌었으면 합니다. 좋은 식사를 하거나 전시회 관람 등으로도 단합을 다질 수 있지요. 법관들이 본연의 임무인 재판에 충실히 임할 수 있는 편안한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김찬진 변호사와의 사이에 2남3녀를 두고 있는 이 부장판사는 “판사 생활에서 가장 어려운 점은 육아였다”며 “막내아들이 중학교 3학년이라 아직 어린데 춘천으로 가게 돼 걱정”이라고 말했다.

김수경기자 sk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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