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한국형 블록버스터' 운명은…2004충무로 감상 포인트

  • 입력 2003년 12월 31일 16시 5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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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영화 사상 최고인 140여억원의 제작비가 투입된 강제규 감독의 ‘태극기 휘날리며’. 사진제공 영화인
한국 영화 사상 최고인 140여억원의 제작비가 투입된 강제규 감독의 ‘태극기 휘날리며’. 사진제공 영화인
2004년 한국 영화계의 주요 이슈는 무엇일까.

지난해의 경우 50%대에 육박하는 한국 영화 점유율, ‘살인의 추억’ ‘올드 보이’ 등 흥행과 비평의 두 마리 토끼를 잡은 ‘웰 메이드’(well-made) 영화의 성공, 장르의 다양화 등 한국 영화계의 기상도는 ‘맑음’이었다. 올해도 그 추세를 이어갈지 영화계의 주요 관심사를 알아본다.

○‘실미도’-‘태극기 휘날리며’

이른바 ‘한국형 블록버스터’의 미래는 두 작품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난해 12월 24일 개봉된 강우석 감독의 ‘실미도’는 100억원대의 총제작비가 투입됐다. ‘실미도’의 흥행이 기대에 미치지 못할 경우 10년간 한국 영화계를 주도해온 강 감독의 거취와 맞물려 충무로의 재편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쉬리’로 한국형 블록버스터 시대를 연 강제규 감독의 ‘태극기 휘날리며’(2월 개봉)의 순수제작비는 140여억원. 한국 영화 사상 최대의 제작비가 들어갔다.

지난해의 경우 ‘튜브’ ‘청풍명월’ ‘내츄럴 시티’ ‘천년호’ 등 블록버스터 4편의 손실만 200억원에 이르렀다. 새해 두 강 감독이 손에 쥐는 성적표에 따라 한국형 블록버스터의 시계는 앞당겨지거나 늦춰질 수 있다.

○인터넷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의 주가는?

‘동갑내기 과외하기’의 성공 이후 인터넷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는 영화계의 새로운 트렌드가 됐다. 올해도 마찬가지다. 16일 ‘내 사랑 싸가지’를 시작으로 ‘그녀를 모르면 간첩’ ‘그녀를 믿지 마세요’ ‘내사랑 일진녀’ 등 줄잡아 7, 8편이 개봉을 기다리고 있다. 인터넷 소설가로 인기를 누려온 귀여니의 ‘그놈은 멋있었다’와 ‘늑대의 유혹’도 제작 중이다. 10, 20대 관객층을 겨냥한 가벼운 로맨틱 코미디들이 ‘거품’ 논쟁을 잠재우고 다시 상한가를 기록할지 주목된다.

○다시 한번 ‘대장금 메뉴’를

영화 전문가들은 이구동성으로 지난해 한국 영화의 성과로 장르의 다양화를 꼽는다. ‘살인의 추억’ ‘장화, 홍련’ ‘스캔들-조선남녀상열지사’ ‘황산벌’ ‘올드 보이’ 등 드라마, 미스터리, 공포, 멜로, 코미디 등 다양한 장르의 영화들이 꽃을 피웠다. 특히 ‘장화…’는 지난해 100여만명(서울 기준)의 관객을 기록하며 ‘언더’ 장르였던 공포영화의 가능성과 힘을 보여줬다. ‘살인의 추억’ ‘올드 보이’처럼 주제를 극한까지 몰고 가는 ‘센’ 영화가 올해에도 득세할 수 있을지도 관심거리다.

○한석규-심은하-고현정

원숭이가 나무에서 떨어진 것일까? ‘접속’ ‘8월의 크리스마스’ ‘쉬리’의 한석규가 지난해 ‘이중간첩’의 실패로 쓴맛을 봤다. 1999년 ‘텔 미 썸딩’ 이후의 긴 공백, 한때 흥행 보증수표로 불렸던 그의 ‘선구안’ 등에 문제가 있다는 평가다. 올해 그는 ‘소금인형’을 재기작으로 골랐다.

심은하와 고현정은 본인의 의사와 관계없이 영화 전문가들이 캐스팅하고 싶어하는 배우들. 이들의 복귀는 영화계 안팎에서 화제가 될 전망이다.

○스크린쿼터와 통합전산망

오랜 현안이자 올해도 영화계를 달굴 핫이슈다. 스크린쿼터 축소를 둘러싼 논란은 지난해 대통령과 영화인 대표단의 면담으로 일단 수면 밑으로 들어갔지만 여전히 ‘진행형’이다. 한미투자협정 체결을 위해 스크린쿼터를 축소해야 한다는 재정경제부 등의 입장과 스크린쿼터가 한국 영화의 존립근거라는 영화인의 의견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통합전산망은 영화산업의 흐름과 동향을 파악할 수 있는 최소한의 장치다. 사업자 선정을 둘러싼 우여곡절 끝에 영화진흥위원회가 나섰다. 하지만 CGV, 메가박스 등 덩치 큰 멀티플렉스가 소극적이어서 올해 정착될지는 미지수다.

김갑식기자 dunanworl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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