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입력 2003년 11월 9일 18시 39분
공유하기
글자크기 설정
2001년 5월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달라이라마를 만날 때는 좀 더 공개적이고 노골적이었다. “러시아는 더 이상 적이 아니다”라고 천명했던 부시는 ‘가상의 적’ 중국에게 뭔가 본때를 보여줄 필요를 느꼈다.
1959년 3월 달라이라마가 인도로 망명하기 위해 히말라야를 넘을 때에도 그의 곁에는 미국 중앙정보국(CIA) 요원들이 부지런히 따르고 있었다.
대체 왜?
티베트는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무궁무진한 지하자원의 보고다. 우라늄과 같은 특수광물의 지하 매장량은 세계 최대규모다. 3억kW의 수력발전자원과 중국 산림 면적의 37%가 이곳에 있다. 인도를 내려다보는 ‘세계의 지붕’은 양보할 수 없는 전략 요충지이기도 하다.
바로 이 점 때문에 티베트의 인권문제는 국제사회에서 중국을 압박하는 절묘한 카드다. 달라이라마는 일찍이 이를 간파했다. 그리고 십분 활용하고 있다. 그는 가장 정치에 능란한 종교지도자다.
세속에서 떠나 있는 종교가 정치의 중심에 서 있는 티베트의 현실은 분명 아이러니다.
달라이라마는 티베트의 독립을 포기하고 홍콩식의 완전한 자치를 요구하는 현실주의 노선으로 돌았다. 그러나 그의 행보는 고단하기만 하다. 티베트인 사이에서는 그가 중국에 굴복하고 있다는 비난이 일고 있다.
그는 최근 “티베트인들이 원하지 않는다면 더 이상의 환생은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환생의 대물림’이라는 달라이라마의 전생활불(轉生活佛) 전통이 티베트 불교를 떠받드는 기둥임을 감안하면 충격적인 발언이었다.
망명정부의 지도자로서 국제정치의 냉혹함을 뼈저리게 느껴야 했던 텐진 갸초. 그는 달라이라마의 환생만으로는 티베트의 윤회(輪廻)의 사슬을 끊기에는 역부족임을 느낀 것일까.
이기우기자 keywoo@donga.com
구독
구독
구독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