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과 자비]<35>나 말고 누가 날 괴롭히겠는가

  • 입력 2003년 10월 30일 18시 3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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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괴롭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현대인은 끊임없이 일어나는 불안과 걱정 속에 산다. 언제나 조심해야 하며 사고를 당할지 모른다는 생각으로 두려워 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생각들이 사고를 불러들이고 어려움을 일으킨다는 사실은 모르고 있다.

생각을 놓으면 평온한 마음을 지닐 수 있다. 이 때문에 많은 선각자들이 마음을 비우라고 하셨다. 그렇다면 어떻게 이들을 비울 수가 있을까. 생각은 현실이 아니며, 하나의 상상일 뿐이다. 이는 없애려 하면 할수록 더 생긴다. 바로 이러한 점 때문에 사람들이 고통스러워 한다.

우리는 마음속으로 먹음직스러운 빵을 생각한다. 그런데 이 빵은 실재가 아니다. 두뇌는 상상과 실물을 잘 구분할 줄 모른다. 생각만 할 뿐인데도 입 속에서 침이 나와 먹고 싶은 욕구가 생기는 것이다.

여기서 빵을 생각하지 않으려 한다면 어떻게 될까. 계속 그 생각이 일어나서 배고픔을 느끼게 될 것이다. 생각 속의 빵은 실체가 없다.

존재한다고 믿기 때문에 집착을 하게 되고 아픔이 오는 것이다.

나의 삶 앞에 나타나는 현실은 있는 그대로가 부처요 낙원이다. 소태산 대종사는 이를 처처불상(處處佛像)이라 하셨다. 생각의 세계는 분별의 세계로 위험하며 나쁜 것이 많이 있다고 믿는 세상이다.

우리가 생각을 없애려 한다면 근원을 다스려야 한다. 자신을 인정하고 사랑하면 생각이 소멸된다. 나의 존재를 감사하고 소중히 할 때 마음이 비워진다. 반면에 자신을 혐오하고 불신하면 끊임없이 생각이 일어난다. 열등의식에 젖어 있으면 심각하게 생각을 많이 한다. 이 생각 저 생각에 묻혀서 괴로워한다.

생각에서 자유로워질 때 이 세상이 안전하며 그 누구로부터도 고통받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된다. 우리는 어릴 때 어두운 변소가 무서워서 혼자 가지 못하였다. 귀신이 나타나서 나를 해칠지 모른다는 생각을 하였기 때문이다. 이처럼 사람들은 스스로 만든 생각에 속아서 살며 자신을 학대하고 있다. 생각이 실재라는 믿음이 나를 힘들게 하고 있는 것이다. 이 소식을 꿰뚫어야 깨어날 수 있다. 아무도 나를 괴롭힐 수가 없다. 나 자신밖에는.

권도갑 원불교 서울 도봉교당 권도갑 교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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