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과 자비]<33>福女 마더 테레사

  • 입력 2003년 10월 16일 19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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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생 동안 조건 없는 사랑으로 가난한 사람들에게 헌신했던 마더 테레사가 10월 19일 시복(諡福)된다고 한다. 끝없는 애덕으로 복을 짓고 복을 나누어 주었으니 그가 복녀로 시복되는 것은 당연한 일일 것이다.

고유의 성이 따로 있음에도 이름 앞에 늘 어머니(Mother)라는 호칭이 따라다니고 생전에도 이미 성녀로 추앙 받은 마더 테레사 자신은 정작 “나는 성녀가 아닌 평범한 사람일 뿐”이라며 겸손해 하셨다.

버림받고 외롭고 고통받는 이들을 예수님처럼 사랑한 그분은 임종을 앞둔 순간에도 “나를 가난한 이들과 똑같이 대해 달라”며 값비싼 치료를 거부했다고 한다.

젊은 수녀 시절, 기차를 타고 가다 본 가난한 사람 때문에 삶의 전환기를 맞고 스스로 ‘가난한 사람의 대표’가 되기로 작정했던 마더 테레사. 가난한 이들을 말로만 사랑한 것이 아니라 몸과 마음으로 함께 한 분이었기에 종파를 초월해 끊임없이 존경과 사랑을 받는 것이다.

내가 1994년 12월 인도에서 그분을 만났을 때 그분은 이미 건강이 악화된 상태였지만 그 푸른 눈은 지혜로 빛나고 주름진 얼굴은 자비와 연민의 표정으로 가득했다. “가장 힘드실 적은 언제셨어요”라고 내가 물었을 때 “예수님이 계시지 않니”라고 하도 간단명료하게 대답해 조금 서운했던 기억이 새롭다.

길거리의 소음이 기도에 방해되지 않느냐는 물음에도 “노”라고 대답하시던 마더 테레사가 문득 그리워진다. 내가 켠 기도의 촛불 사이로 목 쉰, 그러나 따뜻한 그분의 음성이 들려온다.

‘오늘날 사람들은 서로를 돌보지 않습니다. 자신이 갖고 있는 것에 대해 만족하지 못하고 다른 이들이 겪고 있는 고통의 의미조차 모르는 이들, 이러한 마음의 빈곤은 치유하기가 더욱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가족 안에 대단히 불쌍한 사람이 있는데 우리가 그들을 몰라보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우리는 미소를 지을 시간도 서로 이야기할 시간도 없이 지냅니다. 먼저 우리 가정에 그 사랑과 자비심을 가져옵시다.’

이해인 수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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