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과 자비]<32>相生의 지혜

  • 입력 2003년 10월 9일 17시 4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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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한국 사회의 두드러진 특징 중 하나는 여러 가지 이해집단간의 첨예한 대립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상당수 싸움의 궁극 목표가 오로지 상대편을 쓰러뜨리고 내 편이 이겨야 한다고 하는 한 가지에 집중된 것 같다. 좀 과격한 말을 쓰면 죽기 살기로 싸우는 형국에 가깝다.

인도의 성인 간디가 생각난다. 간디가 인도의 독립운동을 지도하면서 가지고 있던 두 가지 기본 원리는 우리가 잘 아는 바와 같이 ‘진리파지(사탸그라하)’와 ‘비폭력(아힘사)’이라는 것이었다.

‘진리파지’란 우리가 남과 겨룰 때 사사로운 감정이나 내가 속한 집단의 이해타산 때문이 아니라 오로지 양쪽 모두를 위한다는 진리에 입각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예를 들어 인도가 왜 영국에 대항해서 싸워야 하는가. 영국이 인도를 식민지화하면 인도인들이 비인간화되는 것은 물론이지만 남을 비인간화하는 영국인도 마찬가지로 비인간화되는 것, 그러기에 인도인이나 영국인 다 같이 인간화되기 위해 인도의 독립이 필요하다는 식이다.

싸우더라도 ‘너 죽고 나 살자’가 아니라 ‘너도 살고 나도 살자’는 것이다. 요즘 말로 하면 ‘윈-윈(Win-Win)’게임이다. 우리가 일제에 항거하던 3·1운동의 정신이기도 하다.

진리파지의 행동이 바로 비폭력으로 나타난다. 비폭력은 ‘남에게 해를 주지 않음’이지만 이를 적극적으로 표현하면 사랑이요 자비다.

간디는 비폭력과 진리파지의 원칙이 예수님의 사랑의 가르침에 극명하게 드러나 있다고 보았다. 부처님의 자비의 가르침인들 이와 다를 바 있겠는가.

한국이 처한 어려운 정황에서 사랑과 자비를 이상으로 하는 종교인은 민족의 화해나 세계의 평화와 같은 공동선을 위해 싸우는가, 아니면 나도 모르게 나와 내 집단의 근시안적 이기심만을 위해 싸우는가, 다시 한번 스스로를 깊이 살펴보아야 할 것이 아닐까.

오강남 캐나다 리자이나대 종교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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