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경화 투병 서양화가 박수룡씨 이식수술 성공

  • 입력 2003년 10월 16일 18시 0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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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신만고 끝에 간이식 수술을 받고 새 삶을 찾은 박수룡 화백.  -유재동기자
천신만고 끝에 간이식 수술을 받고 새 삶을 찾은 박수룡 화백. -유재동기자
“이제부터의 삶은 ‘덤’이라고 생각합니다.”

간경화로 투병하다 천신만고 끝에 새 생명을 찾은 유명 서양화가 박수룡(朴洙龍·49)씨의 얼굴이 모처럼 활짝 피었다.

박씨가 서울아산병원에서 간 이식 수술을 받은 것은 지난달 19일.

박씨는 이전에도 간 기증자를 찾았으나 ‘장기 매매’를 의심한 당국의 심의를 받지 못해 수술을 받지 못한 채 병세가 악화되는 상태였다.

당국은 두 사람 사이의 재산 차이가 있고 별다른 친분이 없다는 이유로 수술 승인을 거부했다.

그러던 중 박씨는 지난달 초 병원으로부터 “수술 날짜가 잡혔으니 입원하라”는 통지를 받았다.

박씨는 18시간에 걸친 대수술을 받고 의식을 회복한 뒤 간 기증자를 찾아 나섰다.

그러나 병원측에서는 “나중에 돈 거래가 있을 소지가 있다”며 철저하게 박씨에게 기증자의 신원을 감췄다.

박씨는 1977년 조선대 미대를 졸업한 뒤 대한민국 미술대전 등에서 입상하고 개인전도 여러 차례 연 중견화가.

박씨는 “세상이 문득 아름답다는 사실을 깨달았다”며 “나에게도 건강한 장기가 있다면 다른 사람들에게 나눠주며 살고 싶다”고 말했다.

‘다시 붓을 들게 되면 어떤 작품을 남기고 싶으냐’는 질문에 박씨는 “영적인 세계를 표현하는 영상물을 만들어보고 싶다”는 희망을 밝혔다.

유재동기자 jarret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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