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가 흐르는 한자]<620>金 一 封(금일봉)

  • 입력 2003년 9월 25일 17시 2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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金 一 封(금일봉)

封-봉할 봉 劃-그을 획

爵-벼슬 작 襲-반복할 습

搖-흔들 요 寡-적을 과

封에는 흙을 뜻하는 土자가 두 개나 들어있다. 본디 흙무더기 위에 나무를 심어 놓은 형상으로 아주 옛날 部族(부족)과 部族간에 境界(경계)를 劃定(획정)짓기 위해 둑을 쌓고 나무를 심어 놓은 것을 뜻한다. 즉 일종의 境界林(경계림)이었던 것이다.

그것이 ‘圭’의 형태로 바뀌었으며 다시 寸(촌)이 덧붙여져 지금의 封자가 되었다. 여기서 寸은 오른손을 뜻하는 ‘又’(우)에 점(주)을 찍은 것으로 본디는 ‘손목 마디’의 뜻이나 길이를 재는 단위로 발전되어 후에는 ‘法度(법도)’ ‘規則(규칙)’을 뜻하게 되었다.

곧 封은 ‘일정한 법칙에 따라 땅을 區劃(구획)했다’는 뜻으로 옛날 중국의 天子(천자)가 왕족이나 公侯伯子男(공후백자남)의 爵位(작위)를 가진 자에게 땅을 내려 주었다는 뜻이다. 그 땅을 封土, 그렇게 하는 것을 冊封(책봉), 그리하여 나라(제후국)를 세우게 하는 것을 封建(봉건·冊封建國의 준말)이라 한다. 따라서 封의 본 뜻은 ‘諸侯(제후)에게 땅을 봉한다’였다.

그렇게 封한 땅은 대대로 世襲(세습)돼 搖之不動(요지부동)이었으므로 封에는 ‘배타적’. ‘폐쇄적’인 의미도 갖게 돼 封鎖(봉쇄) 封套(봉투) 封緘(봉함) 開封(개봉) 密封(밀봉)과 같은 말이 나오게 되었다.

金一封이란 ‘돈을 넣은 봉투 하나’를 뜻한다. 굳이 사전적인 뜻을 밝힌다면 ‘상금 기부금 弔慰金(조위금) 등에서 金額(금액)을 밝히지 않고 봉하여 주는 돈’이다. 흔히 慶弔事(경조사)에 성의를 표시할 때 봉투를 전하는데 이것 역시 일종의 金一封인 셈이다.

그러나 金一封이라면 또 다른 느낌을 가지게 된다. 私的(사적)인 慶弔事에서의 金一封이 아니라 公益(공익)을 위해 義捐金(의연금) 등을 모금할 때 言論機關(언론기관) 등에 내는 金一封이 그것이다. 매번 태풍이나 홍수 따위로 罹災民(이재민)을 발생할 때면 듣게 되는 말이다. 대체로 정부 고관들의 寄附金(기부금)을 그런 식으로 발표하는데 우선 그 액수가 궁금하기도 하거니와 액수의 多寡(다과)가 자신의 名聲(명성)이나 職位(직위)에 영향을 끼친다는 염려에서인지 아니면 權威(권위)를 과시하기 위함인지 통 알 수가 없다.

그 돈이야 국민의 주머니에서 나온 血稅(혈세)임이 분명할 텐데 밝히지 못할 것은 무엇인가. 굳이 밝히지 않겠다면 돈의 액수가 아니라 자신의 이름을 밝히지 않아야 하는 것 아닐까. 아직도 이상한 모습이 남아 있는 것 같아 씁쓸한 심정이다.

鄭 錫 元 한양대 안산캠퍼스 교수·중국문화 sw478@ya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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