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가 흐르는 한자]<621>朋 黨(붕당)

  • 입력 2003년 9월 28일 17시 3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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朋 黨(붕당)

朋-벗 붕 黨-무리 당 忌-꺼릴 기

宦-벼슬 환 錮-벼슬 막을 고 胡-오랑캐 호

朋은 본디 ‘붕새’였는데 이 새가 날면 다른 새들도 함께 날아 올라 어울린다 하여 후에는 ‘무리’라는 뜻도 갖게 되었다. 사람도 마음에 맞는 사람끼리 즐겨 무리를 짓지 않는가. 곧 친구다. 그래서 朋은 ‘벗’, ‘친구’(朋友)라는 뜻도 가지게 된다.

이처럼 朋이 ‘새’에서 ‘친구’로 둔갑하자 ‘붕새’라는 새 글자를 만들게 되었는데 붕새는 새였으므로 ‘鳥’를 덧붙여 현재의 ‘鵬’자를 만들었다. 지금 이 글자는 주로 人名에 쓰이고 있다.

黨은 尙(상)과 黑(흑)의 결합, 尙이 ‘숭상하다’, ‘떠받들다’며 黑은 아무 모자(관직)도 쓰지 않은 ‘검은머리’, 곧 ‘백성’, ‘평민’을 뜻한다. 그러니까 많은 사람들이 무리를 지어 서로 떠받드는 것이 黨이다.

이처럼 朋이나 黨은 모두 ‘무리’를 뜻했지만 본질은 구별되었다. 朋이 ‘道理’(도리)를 위해 뭉친 君子(군자)의 무리라면 黨은 ‘利益’(이익)을 위해 뭉친 집단이다. 그래서 孔子(공자)는 ‘君子不黨’(군자부당. 君子는 黨을 이루지 않음)이라고 했다.

그러나 후에 오면 君子의 朋도 黨으로 불려지면서 朋黨의 구별은 사라지고 말았다. 荀子(순자)는 ‘正道(정도)와 原則(원칙)없이 私利私慾(사리사욕)만 꾀하는 집단’이라고 규정했다(臣道篇). 이 때부터 朋黨이라면 ‘무리를 지어 뭉친 집단’이 되어 자기들만의 이익을 생각하고 그것을 지키기 위해 배타적인 행동을 서슴지 않는 무리를 말하게 되었다. 따라서 朋黨은 유교정치 체제 하에서 禁忌(금기)의 대상이었다.

자고로 중국에서 朋黨의 폐해는 극심했다. 東漢(동한)시대에는 宦官(환관)이 朋黨을 만들어 儒林(유림)을 학살하는 소위 ‘黨錮(당고)의 禍(화)’가 있었으며 唐(당)나라 때에는 牛李黨(우이당)이 설쳐 나라를 기울게 했다. 宋(송)나라에 오면 黨爭(당쟁)이 더욱 심화되어 결국 北宋이 망하게 된다. 당시 참다못한 歐陽修(구양수)가 仁宗(인종)에게 朋黨論(붕당론)을 올렸음은 유명하다.

불행하게도 朋黨의 폐해는 우리도 예외가 아니었다. 고려시대부터 출현하여 조선시대에 오면 朋黨간의 투쟁이 격화되어 마침내 黨爭으로 발전하게 된다. 그 결과 壬辰倭亂(임진왜란)과 兩大胡亂(양대호란)이라는 민족적 비극을 초래하고 말았다.

朋黨의 반대가 政黨(정당)이다. 요즘은 정당정치 시대다. 政黨이 朋黨化 되지 않기 위해서는 구성원 개개인의 이익보다는 國益(국익)을 먼저 생각해야 할 것이다.

鄭 錫 元 한양대 안산캠퍼스 교수·중국문화 sw478@ya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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