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해뜨면 껑충 비오면 움찔' 일조량과 건강의 함수관계

  • 입력 2003년 8월 31일 17시 38분


《대학병원에 근무하는 최모씨(41·경기 김포시 장기동)는 요즘 앉아 있기도 힘들 정도로 허리가 쑤신다. 얼마 전 동네 뒷산을 오른 뒤부터 그랬다. 평소 자주 다녔던 산책로라서 무리한 것도 아니었다. 최씨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말했다. 직장인 김모씨(33·서울 강서구 화곡동)도 최근 들어 몸이 이상해졌다. 자꾸 허리가 결리고 목 뒷덜미가 단단하게 뭉쳐 있는 듯한 느낌이다. 잠자리가 불편하고 자고난 뒤에도 영 개운치가 않다. 올 여름은 비가 계속되면서 그 어느 때보다 일조량이 적었다. 최근 10년간 일조량 중 최저치다. 9월이라고 별로 다를 것 같지 않다. 기상청은 이달 초까지 계속 비가 내린다고 예보했다. 정말 햇빛을 보기 힘들 정도다. 혹시 일조량이 뚝 떨어진 게 최씨와 김씨 증세의 원인은 아닐까. 》

▽몸은 햇빛에 목마르다=18∼19세기 산업혁명이 한창인 영국 대도시에서 골격 발육에 장애가 생기는 구루병이 유행했다. 비타민 D 부족이 원인. 매연이 햇빛을 가리는 바람에 몸이 자외선을 받지 못해 비타민 D를 만들어내지 못한 것. 반면 일년 내내 햇빛이 풍부한 열대지방에서는 구루병 환자를 좀처럼 볼 수 없다.

햇빛은 몸에 더없는 보약이다. 세균이나 암세포와 싸우는 임파구의 수를 증가시켜 면역력을 강화시켜 주기도 한다. 햇빛에 들어 있는 자외선은 지나치게 쐬지만 않는다면 각종 박테리아와 바이러스, 곰팡이에 대한 천연 살균효과를 발휘한다. 자살이 맑은 날보다는 흐린 날에 많다는 것은 많이 알려진 사실이다. 흐린 날이 많은 밴쿠버와 시애틀의 우울증 환자가 다른 도시보다 자살하는 비율이 높다는 통계도 있다.

미국 보스턴 의대 마이클 홀릭 교수는 “햇빛에 있는 적외선은 피부의 말초혈관과 미세동맥을 확장시켜 혈액의 공급을 원활하게 해준다”고 말했다.

▽햇빛 줄면 몸이 나빠질까=일조량과 건강의 관계는 의학계의 오래된 논쟁거리 중 하나다.

일조량이 줄어들면 비타민 D가 부족해지고 갑상샘호르몬 분비를 자극하는 호르몬, 멜라토닌, 성장호르몬 등의 분비량이 들쭉날쭉해진다는 사실은 어느 정도 증명된 사실이다. 그러나 이런 현상이 실제 어느 정도 질환으로 이어지는가에 대해서는 아직도 명확한 답을 찾지 못하고 있다. 그럼에도 흐린 날이 계속될 때 몸에 이상 증세를 보이거나 비슷한 증상을 호소하는 사람은 상당히 많다. 근육 통증, 두통, 편두통 등이 대표적이다. 이 경우 온 몸이 뻑적지근하고 쑤시는 증세를 보이게 된다. 관절염을 앓고 있는 환자가 통증이 악화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이에 따라 많은 의학자들이 “과학적으로 입증되지 않았다 해도 일조량과 건강이 관련이 있다는 것은 어느 정도는 사실”이라고 말한다.

▽성격 탓이 가장 크다?=의학자들은 일반적으로 일조량이 건강에 영향을 미치는 여러 요인 중 하나라고 말한다. 스트레스 과로 운동부족 영양결핍 등 여러 요인과 겹쳐 건강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것.

한 의학자는 “환자를 접하다 보면 성격이 예민한 사람들이 날씨에 영향을 많이 받는다”고 말했다. 대체로 입맛이 까다롭고 잠자리가 편치 않은 사람들이 일조량이 줄어들면 각종 질환을 호소한다는 것.

의학자들은 흔히 날씨와 건강을 말할 때 난초와 잡초에 빗대는 경우가 많다. 조금만 기온이 맞지 않거나 수분이 넘쳐도 죽게 되는 난초 스타일의 사람들이 특히 날씨에 민감한 반면 환경이 바뀌어도 생존하는 잡초 스타일의 사람은 날씨 변화에 둔감하다는 얘기다.

평소 계란 우유 등 비타민 D가 풍부한 음식을 먹는 것도 흐린 날 건강을 챙기는 좋은 방법. 햇빛이 잠깐 날 때 일광욕을 하는 것도 좋다. 단 식사 전후 1시간 정도는 피하도록 한다. 소화에 지장을 받을 수 있다. 틈틈이 운동을 해 주는 것도 좋은 건강법.

(도움말=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유태우 교수, 성균관대 삼성서울병원 류머티즘내과 고은미 교수, 울산대 서울아산병원 내분비내과 고정민 교수)

김상훈기자 corekim@donga.com

▼무릎 쑤시면 비가 올까▼

“에구에구. 무릎이 쑤시네. 장대비가 오려나.”

하늘은 파랗다. 비나 폭풍이 들이칠 것 같지도 않다. 그런데도 할머니는 등이며 허리를 툭툭 치면서 이렇게 말씀하신다.

놀랍다. 청명했던 하늘에 갑자기 먹구름이 몰려들더니 정말 세상을 집어삼킬 듯 장대비가 퍼붓는다. 정말 사람이 몸의 이상 징후로 날씨를 예견할 수 있는 것일까.

기원전 4세기 무렵. 의사의 아버지라 불리는 히포크라테스가 활동하던 그 당시부터 사람들은 날씨가 궂으면 관절염 등 일부 질병이 악화되며 비가 오기 전 사람 몸이 쑤신다고 믿어왔다.

그 후 이에 대한 논쟁은 그치지 않았다. 정확하게 악천후를 예견하는 관절염 환자들을 보면서 의학자들은 관절염과 기상 상황에 대한 상관관계를 연구했지만 2000년이 지난 지금도 이를 입증하지 못하고 있다.

온라인 웹 의학저널인 ‘웹MD’에 최근 이와 관련된 글이 게재돼 의학자들의 주목을 받았다. 날씨가 관절염이나 기타 질환을 악화시키느냐에 대해서는 의학자들이 명확한 답을 내리지 못하고 있지만 날씨가 어떤 방식으로든 몸의 징후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

이들은 보통 악천후가 닥치기 전 기압이 떨어지는 것에 주목했다. 그리고 기압이 떨어지면 관절 근처의 조직이 부풀어 오르면서 통증을 악화시킨다는 가설을 세웠다.

가설 입증을 위한 실험은 이랬다. 먼저 방 안에 풍선을 넣고 압력을 조절했다. 방 밖의 압력이 떨어지자 풍선이 팽창하기 시작했다.

만약 이 실험을 사람 몸에 적용한다면? 연구자들은 “날씨가 궂으면 관절 주변의 신경을 자극하고 염증을 악화시키는 것 아닐까”라고 대답했다.

김상훈기자 core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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