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행복한 세상]카드빚… 동거…‘플래시 만평’ 신문 뺨치네

청소년 흡연, 동거 논란, 자살 문제 등을 다룬 플래시 애니메이션(왼쪽부터), 인터넷에는 가볍고 장난스러운 유머들도 많지만 우리 사회의 핫 이슈를 다룬 플래시 만평도 많다

‘한 여성이 신용카드를 쓰는 데 재미를 붙였다. 그녀는 사고 싶은 물건이 있는데 돈이 떨어지자 망설이다가 결국은 카드 수를 늘려가며 쇼핑을 해대기 시작한다. 집에서는 “등이 가려우니 좀 긁어달라”는 어머니의 말에 카드를 꺼내 등을 긁어준다….’

어떤 5분 패러디 애니매이션의 줄거리다. 카드 빚을 갚기 위해 결국 사채까지 끌어들이다 인생을 망치는 이 여성은 마지막 장면에서 “함부로 신용카드를 쓰지 맙시다”고 외친다.

플래시 애니매이션 중에는 시사적인 문제나 논쟁 중인 현안을 소재로 삼은 것들이 많다. 가볍고 장난스러운 유머만 가득할 것 같지만 의외로 심각한 메시지를 담은 ‘작품’도 상당수. 플래시의 특성상 신문 만평에서 보는 식의 신랄한 풍자와 냉소, 통쾌한 비꼬기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최근 플래시 만평에서 화두가 되고 있는 소재는 담뱃값 인상과 드라마 ‘옥탑방 고양이’에서 불거진 동거 논쟁, 그리고 자살이다.

시사 관련 플래시 제작을 활발하게 하고 있는 대표적인 사이트로는 엑스뉴스(www.xnews.co.kr)를 들 수 있다. 사회 경제 정치 문화 분야의 각종 문제에 대한 만평이 다양한 위트와 패러디로 정리돼 있다.

한 가지 플래시 만평을 들여다보자. 어떤 남성이 점쟁이를 찾아가 “로또 1등에 당첨될 것이다”는 예언을 들었다. ‘낄낄낄낄∼’ 요란한 웃음소리를 내며 기고만장해진 이 남성은 신이 나서 점집을 나오다가 벼락을 맞아 몸이 망가진다. 뒤이어 나오는 메시지는 ‘814만분의 1…. 로또 당첨 확률은 벼락 맞을 확률보다 낮습니다’라는 것.

레떼(www.lettee.com)의 무비레터는 카드빚에 시달리던 실업자가 자살 시도에 잇따라 실패하는 내용의 플래시를 그렸다.

그는 빌딩에서 투신자살을 기도하지만 고층건물의 안전장치 때문에 살아난다. 한강에서 뛰어내렸는데 물밑에는 구조요원이 대기하고 있다. 수면제를 먹고 죽으려고 했지만 투약 동의서와 인감증명 등 각종 서류가 없으면 약을 살 수 없다. 마지막으로 목을 매달려고 하니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에 나오는 식의 국가 자살예측 센터 요원들이 출동한다.

카툰저널(www.newstoon.net)의 ‘촌철살인쇼’에서는 전두환 전 대통령의 추징금에 대한 다양한 패러디 플래시를 선보였다. 전 전 대통령이 지하철에서 구걸하는 내용을 담은 ‘전 재산 29만1000원’이란 제목의 애니매이션 등이 있다.

이정은기자 light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