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스트레스 탓 두피질환 관리법

  • 입력 2003년 8월 17일 17시 2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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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렵다. 처음에는 정수리만 가려웠는데 지금은 군시러운 느낌이 뒷덜미까지 내려간다. 머리카락이 쭈뼛쭈뼛 서고 따끔따끔 아플 때도 있다. 일할 때에도, 잘 때에도 가렵고 아프다.

H사 조모 차장(39)은 지난해 말부터 이런 증세 때문에 정신을 집중할 수가 없다. 그는 참다 못해 병원을 갔다가 의사로부터 스트레스가 원인이라는 말을 들었다. 그는 괴팍한 부장이 부임한 뒤 만화 ‘무 대리’의 주인공처럼 부장에게 매일 혼나면서 가려움증이 생긴 것이다.

조 차장처럼 스트레스 때문에 두피에 염증이 생겨 가려움증, 통증 등을 호소하는 스트레스 탓 두피 환자가 늘고 있다. 이 병은 ‘두통거리’가 생기면 발병하거나 악화되고 걱정거리가 사라지면 누그러지거나 없어지는 것이 특징. 희망이 없는 요즘의 경제, 정치적 상황이 환자를 양산하고 있는 것이다.

서울 리치피부과의원의 오준규 원장은 “두피의 가려움, 염증, 비듬 등을 호소하는 환자의 60∼70%가 스트레스 탓”이라며 “전문인, 직장인, 학생 등 머리를 많이 쓰는 사람에게서 환자가 많다”고 말했다. 오 원장의 도움말로 스트레스 탓 두피질환에 대해 알아본다.

▼정상두피 ▼
머리카락은 두피의 모낭에서 난다.
▼모낭염 ▼
모낭에 고름이 차 있다.
▼지루성 피부염 ▼
두피의 피지에 세균, 곰팡이 등이 엉겨 각질, 비듬이 생긴다

▽스트레스 탓 두피질환=피지(皮脂)가 과다하게 분비되는 ‘지루성 피부염’과 털이 나는 뿌리인 모낭(毛囊)에 염증이 생기는 모낭염이 대표적. 둘 다 세균 감염 등 다른 원인으로도 생기지만 스트레스만으로도 생기며 두 병이 겹치는 경우도 많다.

모낭염이 생기면 만질 때 따끔따끔, 또는 욱신욱신 아프고 나중에는 가만히 있어도 통증이 생긴다. 또 긁은 자리에 피가 나고 딱지가 앉는다. 지루성 피부염에 걸리면 피지에 세균, 곰팡이 등이 들러붙어 가려우면서 두피 전체가 붉게 변하고 비듬, 각질이 잘 생긴다. 이 밖에 스트레스는 건선, 아토피 피부염, 가려움증, 두드러기 등을 악화시킨다.

▽스트레스가 두피에 미치는 영향=과거에도 스트레스가 두피에 나쁜 영향을 미치고 탈모, 가려움증 등을 유발한다고 알려져 있었지만 정확히 입증된 것은 최근의 일이다.

독일의 연구팀은 쥐에 스트레스 호르몬과 스트레스와 관련 있는 신경전달물질인 ‘P 물질’(Substance P)을 주사하면 모낭 주위의 염증세포가 활성화하고 머리털이 빠진다는 것을 밝혀냈다. 이 연구팀은 쥐에게 소음, 스트레스 등을 유발했을 때 똑같은 반응이 나타나는 것을 발견했다. 또 스트레스 호르몬과 P 물질의 기능을 떨어뜨리는 약을 주사했더니 두피가 되살아나는 것을 발견했다.

일본의 연구팀은 또 쥐의 발에 반복적으로 전기 자극을 가하면 발모에 지장이 생긴다는 것을 밝혀냈다.

결국 모낭은 주변에 신경이 엄청나게 많아 스트레스를 받으면 신경전달 물질이 쏟아져 나오고 염증세포들을 활성화해 가려움증, 통증, 탈모 등이 생긴다.

▽생활을 바꾸라=증세가 가벼우면 스트레스를 잘 관리하기만 해도 많이 좋아진다. 매사를 밝게 보려고 애쓰고 화가 날 일이 있으면 숨을 깊이 들여 마셨다 내쉰다. 밤에 복식호흡, 단전호흡 등을 하고 운동, 취미생활 등을 갖는 것이 좋다.

지루성 피부염은 생활을 조금만 바꿔도 호전되는 경우가 많다.

우선 매일 아침 샴푸로 머리를 감는다. 모발이 굵은 동양인에게는 5만개, 상대적으로 가는 백인은 10만개의 모공이 있는데다 상상외로 크고 깊기 때문에 대략 씻어서는 각질, 비듬이 떨어지지 않는다.

피지나 각질이 많은 사람은 지성 두피용, 비듬 제거용 샴푸를 쓰도록 한다. 땀을 많이 흘리거나 비를 맞은 경우 하루 2회 이상 머리를 감아도 된다. 머리를 자주 감으면 두피에는 좋지만 모발이 거칠어질 수 있으므로 이때 꼭 린스와 트리트먼트를 하도록 한다.

밤에 머리를 감는 사람은 최소한 취침 2시간 전 머리를 감고 머리를 완전히 말린 뒤 자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뒷머리의 습도와 온도가 올라가면서 세균, 곰팡이가 들러붙어 증세가 악화된다.

염증이 있다면 타르나 항진균제 등이 포함돼 있는 두피 치료용 샴푸를 사용한다. 타르 성분은 기름이 많거나 염증이 있을 때, 항진균제는 지루성 피부염에 특히 좋다.

일부 미용실에는 두피 염증의 종류나 증세에 관계없이 동일한 치료를 하는데 염증이 심하다면 병원에서 정확한 치료를 받는 것이 좋다.

▽병원에서는=병원 치료를 받으면 70∼80%는 아주 만족해하고, 20%는 증세가 좋아진다. 그러나 드물게 치료가 안 되는 경우도 있는데 스테로이드 연고를 오래 발라 내성이 생긴 경우가 대부분.

지루성 피부염과 모낭염 모두 증세에 따라 세균이나 곰팡이를 죽이는 약, 염증 완화제, 피지 조절제 등을 복용하고 두피 관리를 받는다. 염증이 심하면 초기에 소염제를 바르지만 한 달 이상 바르면 두피가 약해져 치료가 힘들어진다. 모낭염 환자는 고름주머니가 없어진 뒤 두피 관리를 받는다.

피부과에서는 두피에 묻은 피지나 각질을 제거하는 ‘두피 스케일링’, 모공을 열어주는 스팀 처리, 특수 샴푸, 두피 마사지, 두피의 염증을 진정시키는 레이저 치료 등을 병행한다.

이성주기자 stein33@donga.com

▼휴가뒤 모발관리 이렇게 ▼

“아이, 속상해!”

휴가가 끝나면서 머릿결이 손상돼 속상해 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바닷가나 수영장에서는 머리카락이 ‘고생’하기 마련. 자외선의 높은 에너지가 머리카락에 닿으면 머리카락의 코팅층인 ‘큐티클층’이 부서져 윤기가 사라진다. 열 때문에 머리카락 안의 단백질도 변해 탄력이 줄어들고 빗질을 해도 모양이 나지 않는다. 해변의 강한 자외선 때문에 머리카락의 멜라닌 색소가 파괴돼 머리색깔이 갈색으로 변하기도 한다.

또 머리카락이 바닷물에 닿으면 삼투압에 의해 모발 내부의 물기가 빠져나가 푸석푸석해진다. 해수욕 뒤 충분히 샤워하지 않으면 탈수가 진행돼 모발 안의 단백질이 손상된다.

특히 염색, 탈색한 사람은 머리카락이 상하기 쉬우며 지성피부인 사람은 높은 습도와 땀 때문에 습도 때문에 피지와 땀, 습기 등이 뭉쳐 두피가 더 나빠지기 십상이다. 다음은 휴가 뒤 머리카락 관리법 10계명.

①평소보다 머리를 자주 감는다. 가급적 매일 샴푸하며 머리카락보다는 두피를 씻는다는 기분으로 감는다.

②자신에게 맞는 샴푸를 쓴다. 여름에는 일반적으로 타르가 소량 함유된 샴푸를 쓰는 것이 좋다.

③샴푸 뒤에는 꼭 린스를 하고 충분히 헹군다.

④두피와 모발에 영양을 공급하는 트리트먼트를 하는 것이 좋다. 1주 한번은 트리트먼트 뒤 헤어캡을 하고 20∼30분 뒤 감는 것이 좋다.

⑤땀을 많이 흘리거나 비를 맞은 뒤에는 ‘트리트먼트 샴푸’를 한다.

⑥바캉스 뒤 한 달 정도는 헤어스프레이, 젤 성분의 스타일링 제품을 멀리하고 염색, 파마 등을 삼간다.

⑦평상시 머리를 감을 때에는 미지근한 물로 감고 시원한 물로 헹구는 습관을 갖는다.

⑧남은 기간에도 해변에 가면 자외선 차단용 스프레이를 꼭 사용한다. 바닷가나 수영장에 다녀왔을 때에는 샴푸를 충분히 써 머리를 감는다.

⑨평상시 단백질, 해조류 등 음식을 골고루 먹는다.

⑩머리카락이 심하게 가늘거나 이미 머릿결이 손상된 사람은 피부과를 찾는다.

(도움말=듀오피부과 홍남수 원장, 리치피부과 오준규 원장)

이성주기자 stein3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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