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균관유도회 예절강사과정 수강 20대 여성 김세리씨

  • 입력 2003년 7월 18일 18시 1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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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균관대 전문 인성예절 강사 과정에 등록한 김세리씨.
성균관대 전문 인성예절 강사 과정에 등록한 김세리씨.
15일 오후 서울 성균관대 비천당(丕闡堂). 조선시대 과거시험장으로 쓰였던 이곳에서 200여명이 강의를 듣고 있었다. 50, 60대 남자들 가운데 20대 여성 한 명이 눈에 들어온다.

성균관유도회 총본부교육원(원장 최창학·崔昌學)이 주최한 ‘전문 인성예절 강사’ 양성과정에 등록한 김세리씨(28).

이 과정은 4박5일 40시간 동안 언어 복장 사회예절 등 기본예절을 배운다. 8월까지 5차례에 걸쳐 1000여명의 인성 예절 강사가 배출된다.

성균관대 대학원에서 차(茶)를 전공하고 있는 김씨는 “남을 가르치기 위해 배운다기보다 내 자신을 위해 배우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우선 기자에게 상가와 제사 때 드리는 절이 어떻게 다른지 아느냐고 물었다. 기자는 우물쭈물 대답을 하지 못했다.

“남자는 제사 때 평상시와 같이 오른손을 위에, 왼손을 밑에 둡니다. 하지만 상가는 흉사를 치르고 있으니까 반대가 됩니다. 여자는 제사 때 왼손을 위로, 오른손을 밑으로 하고 상가에선 반대로 합니다. 이게 음양의 이치에 따른 겁니다.”

물론 그도 이 강의를 받기 전까지는 몰랐다. 이런 예절을 배운 적도 없고 가르치는 어른도 없었던 때문이다.

“여자가 제사에 참가할 수 없다는 것도 잘못됐습니다. 원래 제사상을 차리면 오른편(동쪽)엔 남자가, 왼편(서쪽)엔 여자가 섭니다. 술을 올릴 때 첫 잔(초헌·初獻)은 주상(큰아들)이 하고 둘째 잔(아헌·亞獻)은 주부(큰며느리)가, 셋째 잔(종헌·終獻)은 일가친척이 합니다. 물론 절도 같이 하고요. 여자도 제사의 중요한 구성원입니다.”

그는 평소 예절이 어렵게만 여겨지지만 ‘배우고 나면 이처럼 쉬운 게 없다’는 점을 깨닫게 된 것이 이번 강의를 들은 소득이라고 했다.

“예절은 상대에 대한 배려이고 인간관계를 원활하게 하는 기본입니다. 강좌를 들으면서 우리 문화의 정체성에 대해서도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됐습니다.”

혹시 원래부터 보수적이고 엄격한 가정에서 자라나 이런 강좌를 듣는 것이 아닐까 해서 물었다.

“아뇨, 전 평범한 젊은이예요. 벤처회사에서 근무하기도 했고 나이트클럽에도 종종 가고…. 다만 예절을 알게 되면 기름진 삶을 살 수 있고 자신감을 갖게 되죠. 젊으니까 오히려 더 배워야 하고요.”

서정보기자 suhcho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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