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 문학소녀의 애틋한 사모곡

  • 입력 2003년 7월 18일 15시 4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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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에 신경이 있는 곳이면 어디에서든 종양이 무섭게 자라나는 희귀병인 신경섬유종증(뇌종양의 일종)을 앓고 있는 경기 이천양정고 3년 조은경양(18).

조 양은 이 병으로 중3 때부터 청각을 잃기 시작해 현재 전혀 듣지 못하고 말도 가쁜 숨을 몰아쉬며 겨우 몇 마디 힘들게 하는 상태. 그래서 인터뷰도 노트북으로 진행해야만 했다.

이런 조양이지만 글짓기에는 남다른 소질이 있어 지난 5월 조선대가 주최한 전국 고등학생 어버이 은혜수기 공모전에서 동상을 수상했다.

조양은 어버이 은혜수기에서 '모정'이란 글을 통해 애틋한 어머니의 사랑을 이렇게 적었다.

"이젠 들리지 않는 귀로 전화 통화조차 불가능한데도 어머니께선 밖에 일을 나가면 하루에 몇 번씩 전화를 하신다…. 무엇이 그리도 걱정되기에, 도대체 무슨 이유로 나를 그리 사랑해 주시는 걸까…".

조 양은 어머니 김순옥씨(42)만 보면 눈물이 맺힌다. 조양이 2살 때 아버지와 헤어진 뒤 홀몸으로 병든 두 딸을 간호하면서도 힘든 내색 한번 하지 않는 것이 더욱 마음 아프기 때문이다. 조양의 언니(22)도 조양과 같은 병으로 거동조차 제대로 할 수 없는 상태다.

어머니는 낮엔 언니 간호를, 조양이 학교에서 돌아오면 밤엔 식당에 나가 허드렛일을 하며 하루하루 어렵게 생계를 이어가고 있다.

그러나 조양의 표정은 어둡지 않았다. 조양은 "아픈 사람들에게 용기를 주는 글을 쓰는 사람이 되고 싶다"며 안도현 시인의 '가난하다는 것'이란 시를 들려준다.

<가난은

가난한 사람을 울리지 않는다

가난하다는 것은

가난하지 않은 사람보다

오직 한 움큼만 덜 가졌다는 뜻이므로

사랑하는 이들은

가난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가만히 딸을 지켜보던 조양의 어머니의 눈시울이 붉게 달아올랐다. 그리고는 신음처럼 읍조렸다.

"내 숨이 끊어지는 날까지 두 딸과 함께 해야 하는데…. 내가 늙어 병들면 이를 어찌하면 좋을지…." 031-636-7187

이천=이재명기자 egij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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