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가 흐르는 한자]<596>龍陽君(용양군)

  • 입력 2003년 7월 17일 18시 0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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龍陽君(용양군)

荒-거칠 황 駭-놀랄 해 衍-뻗을 연

逆-거스를 역 悖-어길 패 袖-소매 주

우리는 常識(상식)의 틀 속에서 살고 있다. 그래서 다소 常識에 어긋나 耳目(이목)에 덜 익숙한 모습을 보게 되면 異常(이상)이라 여긴다. 더 심한 경우, 荒唐(황당)한 나머지 눈과 귀를 의심하게 된다. 反常(반상·상식을 뒤집음)에 따른 耳目의 주저현상이다.

해가 동쪽에서 뜨는 것이 自然이라면 서쪽으로 질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蓋然(개연)이다. 이 둘은 우리가 딛고 사는 바탕이 된다. 그러나 쥐가 고양이를 물고 소가 망아지를 낳았다면 이건 駭怪罔測(해괴망측)하여 愕然(악연·깜짝 놀람)할 수밖에 없다.

造物主(조물주)는 萬物(만물)을 내면서 異性(이성)을 그리워하도록 함으로써 種族(종족)을 보존토록 하였다. 이제 스스로 繁衍(번연·번창하여 뻗어나감)하니 더 이상 수고할 필요도 없게 되었다. 그런데 유독 人間만이 攝理(섭리)를 拒逆(거역)함으로써 反常의 快樂(쾌락)을 탐한다.

‘飮食男女(음식남녀)는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욕망이니라!’(禮記)

성인의 말씀 탓인가. 房中術(방중술)이 놀랍도록 발달했던 중국에서는 性的(성적)인 悖倫(패륜)도 극에 달했다. 아버지의 妾(첩)을 범하는 烝淫(증음)이나 아들의 配匹(배필)을 아버지가 범하는 通淫(통음)은 茶飯事(다반사)였다. 唐 高宗은 아버지 唐 太宗의 才人출신 武媚(무미·후의 則天武后)를, 玄宗(현종)은 아들 壽王(수왕)의 妃였던 楊玉環(양옥환·후의 楊貴妃)과 놀아났다.

그 뿐인가. 아내를 交淫(교음·바꾸어 범함)하는 通室(통실)이 성행했는가 하면 南朝 宋 廢帝(폐제)의 누이동생 山陰公主(산음공주)는 美少年 30명을 男妾(남첩)으로 삼고는 ‘面首(면수)라고 불렀다.

同性愛(동성애)가 없었다면 이상할 것이다. 西漢 哀帝(애제)가 자신의 팔을 베고 잠든 董賢(동현)을 차마 깨울 수 없어 옷소매를 칼로 잘랐다는 ‘斷袖’(단수)의 고사는 유명하며(1999년 12월 29일자에 소개) 戰國時代(전국시대) 魏王(위왕)은 美童(미동) 龍陽君(용양군)이 없으면 단 하루도 政事(정사)를 볼 수 없을 정도였다. 중국에서 斷袖와 龍陽君은 同性愛의 상징이 되었다.

그 龍陽君의 망령이 兵營(병영)에까지 뻗친 모양이다. 더욱 놀라운 것은 근 10%의 사병들이 斷袖의 피해를 보았다는 사실이다. 同性愛의 충격으로 자살한 사병이 있었는가 하면 대대장이 초임 사병을 대상으로 同性愛를 즐기다 구속된 사건까지 발생했다. 참으로 놀라운 현상이다.

鄭 錫 元 (한양대 안산캠퍼스 교수·중국문화)sw478@ya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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