南阿共 더반 세계정치학회 학술대회 "더나은 세계 모색"

입력 2003-07-03 18:46수정 2009-09-28 2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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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정치학회(IPSA) 제19차 세계대회가 지난달 29일부터 7월 4일까지 80여개국 1000여명의 학자들이 참가한 가운데 남아프리카공화국 더반에서 열렸다. 이번 대회의 주제는 ‘민주주의, 관용, 정의:정치변화를 위한 도전’이었고 ‘정치적 관용’ ‘세계주의, 애국심 그리고 시민권’ ‘테러리즘과 갈등, 인권’ 등 12개의 소주제로 나뉘었다.

이번 대회가 주제를 ‘민주주의, 관용, 정의’로 설정한 배경에는 세계사의 전개를 낙관적으로 볼 수 없다는 짙은 경계심이 깔려 있다. 사람들은 베를린장벽 붕괴로 상징된 공산독재의 붕괴와 군사독재체제의 퇴진 후 보다 정의롭고 관용적이며 민주적인 세계가 열릴 것이라고 믿었다. 그러나 지난 10여년을 돌이켜볼 때 민주주의로의 전환이 쉽게 이뤄지지 않고 있으며, 관용보다는 보복과 억압이 새로운 형태로 나타나고 있고, 뿌리 깊은 불의의 전통이 정의의 수립을 가로막고 있다고 판단하기에 이르렀다.

이런 상황인식으로부터 세계정치학회는 ‘민주주의, 관용, 정의가 꽃피는 미래를 세계의 모든 사람들이 향유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키로 결정했고 참석자들은 그 출발점을 ‘과거의 올바른 청산’에서 찾았다. 정치적 부패를 비롯해 정치지도자들과 정당 및 정치세력의 과거 잘못을 분명히 밝히고 책임을 반드시 물어야 한다는 뜻이었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긴요한 것은 보복이 아니라 진실을 밝혀내고 용서한다는 화해의 정신이라는 데 참석자들의 대체적 합의가 성립됐다.

이 대목에서 중요하게 지적된 것이 검찰 법원 언론의 역할이었다. 검찰과 법원은 정치권과 모든 연계를 끊고 법을 엄정하게 집행해야 한다, 특히 언론은 권력을 매일같이 감시하고 비판하며 견제해야 한다는 점이 강조됐다. 설령 검찰과 법원이 권력의 영향을 받는다고 해도 언론이 권력견제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한다면 그 사회는 희망을 가질 수 있는 사회가 되리란 점에 참석자들은 공감했다.

이 대회는 북한에 대해서도 토론을 벌였다. 북한의 인권상황이 매우 열악하다는 데 대해 특히 서유럽의 몇몇 학자들이 분노를 표시하면서 국제사회는 반드시 이 문제를 공론화해야 한다고 제의했다.

미국 조지 W 부시 행정부의 세계정책 역시 뜨거운 토론을 불러일으켰다. 무고한 민간인들에 대한 테러리스트 집단의 무차별적 폭력행사도 비판을 받았지만, 미국이 자신의 ‘압도적으로 우월한 군사력’을 바탕으로 주권국가에 대해 일방적으로 무력을 행사하는 것이 과연 ‘민주주의, 관용, 정의’에 합당한 것이냐에 대해서도 의문이 강하게 제기됐다.

이 대목에서 다시 북한 문제가 등장했다. 북한의 핵개발에 대해 토론자들은 깊은 우려를 표시했지만 대부분의 토론자는 국제적 다자(多者)회의를 빨리 출범시킨 뒤 북한을 참석시켜 ‘핵개발의 완전 포기를 선언하면 경제부흥계획으로 보상하겠다’는 서방측 제의를 받아들이게 한다면 위기는 해소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심지연 한국정치외교사학회장·경남대 교수·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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