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가 흐르는 한자]<576>愼 言(신언)

  • 입력 2003년 5월 29일 17시 3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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愼 言(신언)

愼-삼갈 신 鼻-코 비寡-적을 과

爭-다툴 쟁 敏-재빠를 민警-경계할 경

얼굴의 부위를 뜻하는 耳目口鼻(이목구비)는 묘하게도 모두 모습을 본따 만든 상형문이다. 이 중 유독 입만 두 가지 기능이 있다. 먹는 것과 말하는 기능이다. 그것은 입이 제 기능을 잘못 수행할 때 두 가지의 해를 초래할 수도 있다는 뜻이다. 음식을 잘못 먹으면 배탈이 나고 말을 잘못 하면 舌禍(설화)를 입게 된다. 중국의 역사에서 말을 잘못하여 당한 禍는 이루 셀 수 없을 정도로 많다. 이 때문에 중국의 聖賢(성현)들은 각별히 입의 기능, 그것도 말하는 기능에 주의하였다.

말에 있어서 강조되었던 것이 寡言多聞(과언다문·말은 적게 하고 많이 들어야 함)과 敏行愼言(민행신언·행동은 민첩하게 하되 말은 신중히 할 것)이었다. 말을 많이 하다 보면 뜻하지 않게 실수도 하게 되고 또 불필요한 論爭(논쟁)에 휘말릴 수도 있다. 따라서 가능하면 말을 적게 하고 대신 상대방의 말을 귀담아 듣는 것이 중요하다.

또 말이란 하고 나면 거둘 수가 없으므로 각별히 조심하지 않으면 안된다. 우리도 잘 알고 있는 ‘男兒一言重千金’(남아일언중천금· 남자의 말 한 마디는 천금의 무게와 가치를 지녀야 함)은 말을 하는데 愼重(신중)해야 함을 일깨우는 警句(경구)라 하겠다. 하물며 사회지도층에 있거나 公人의 위치에 있는 인사라면 더 말할 나위가 없겠다.

이처럼 말이 중요하다 보니 예로부터 ‘言如其人’(언여기인·말은 곧 그 사람의 인격)이라 하여 言辯(언변)을 가지고 수양의 尺度(척도)로 삼기도 했다. 그 뿐인가. 절제된 감정과 세련된 용어선택, 그리고 정연한 논리전개는 官吏(관리)로서 필수적인 德目(덕목)으로 여겨 중국에서는 身言書判(신언서판)의 하나로 중시했다. 지금 말로 한다면 ‘무릇 公人이라면 말을 삼가서 잘 해야 한다’는 뜻이 되겠다.

그 愼言의 반대가 放言(방언), 즉 말을 함부로 하는 것으로 옛날 중국에서 최대의 禁忌(금기)였다. 이 禁忌를 범하여 禍를 自招(자초)한 예는 이루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다. 앞서 ‘三寸舌’(삼촌설)’을 설명한 바 있다. 세치 혀가 제아무리 百萬大軍(백만대군)을 능가한다지만 잘 쓰면 靈藥(영약)이요 못 쓰면 死藥(사약)이 된다. 緻密(치밀)한 論理(논리)와 高度(고도)의 技巧(기교)가 따라야 하는 것이다. 그 技巧중의 하나가 은근히 빗대는 방법, 즉 隱喩法(은유법)이다. 眞率(진솔)한 표현도 좋지만 너무 노골적이어서는 곤란하다.

鄭 錫 元 한양대 안산캠퍼스 교수·중국문화 sw478@ya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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