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일/뷰티]“가을 메이크업 영감 ‘스파이더맨’에 얻었죠”

  • 입력 2003년 5월 22일 16시 4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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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스티로더 트렌드팀이 제시한 올 가을 메이크업 룩. 원색의 파란점을 얼굴에 촘촘히 찍어 대담하고 경쾌하다. 영국 아티스트 크리스 오필리의 점무늬, 최근 미술계에서 재조명되는 로이 리히텐슈타인, 앤디 워홀의 팝아트 등에서 핵심 컨셉트를 잡아냈다.
에스티로더 트렌드팀이 제시한 올 가을 메이크업 룩. 원색의 파란점을 얼굴에 촘촘히 찍어 대담하고 경쾌하다. 영국 아티스트 크리스 오필리의 점무늬, 최근 미술계에서 재조명되는 로이 리히텐슈타인, 앤디 워홀의 팝아트 등에서 핵심 컨셉트를 잡아냈다.
그는 ‘트렌드 애널리스트’다. 세상만사에서 새롭게 떠오르는 흐름을 감지하고 핵심을 집어내 신제품 개발에 반영하는 것이 일이다. 세계 각국을 여행하며 전시회, 콘서트, 영화관을 찾아다니고 자연을 관찰한다. 그래서 ‘쉬는 시간이 곧 일하는 시간’이다.

올 가을 메이크업 트렌드를 발표하기 위해 최근 한국을 찾은 에스티로더의 트렌드 애널리스트 도미니크 자보 수석 부사장(사진). 우아한 외모부터 문학적인 표현이 듬뿍 담긴 언어 습관까지 남다르게 느껴지는 60대의 자보 부사장은 “젊은 사람들과 항상 어울려 다니며 감각과 활기를 보충한다”고 말했다.

● 트렌드 애널리스트

에스티로더는 지난해 봄 자보 부사장과 해석 예술가 조르주 세리오로 구성된 트렌드팀을 만들었다. 미술과 영화를 전공한 뒤 겔랑 등 프랑스 화장품 회사에 근무했던 자보 부사장은 91년 에스티로더 뉴욕 본사에 스카우트돼 제품개발부문 부사장을 지냈다.

―다른 사람들은 여가로 생각하는 것이 일이라니….

“내 삶의 모든 순간이 일과 직결된다. 내 비서는 여행과 외근이 잦은 나를 보고 항상 ‘안됐네요’라고 말한다.”

―트렌드 애널리스트로서의 고충은….

“속도 조절이다. 늦으면 안 되지만 너무 앞서가서도 안 된다. 영화 ‘펄프 픽션’의 우마 서먼에게서 영감을 얻어 흰색과 검은색의 매니큐어를 만들자고 주장한 일이 있다. 힘들게 관철했지만 판매원들이 판매대에 올려놓기를 꺼려했다. 얼마후 샤넬이 ‘뱀프’라는 이름의 블랙 매니큐어를 히트시켰다. 그제서야 ‘우리도 이미 만들었다’고 주장했지만 소용없는 일이었다.”

―트렌드를 읽는 능력은 선천적인가 후천적인가.

“내 경우 어렸을 때 다양한 환경을 접한 것이 결정적이다. 자연 속에서 자랐고 줄곧 스페인어 영어 아랍어를 배웠다. 예술가였던 어머니를 따라 미술 전시회나 공연장을 찾았고 유아기부터 대학 진학 전까지 방학 때면 스페인 남부 말라가에서 열리는 미술 교실 ‘그룹 피카소’에 참여했다. 직감도 뛰어난 편이다. 오래 전 파리 남부에서 집을 구한 적이 있는데 낡아서 썩기까지 한 나무집에 유난히 끌렸다. 나중에 그 집에서 아버지의 어렸을 때 사진을 발견했다. 아버지가 옛날에 그 집에 살았다는 사실은 전혀 몰랐는데….”

―18세까지는 모로코에 살았던 것으로 아는데….

“카사블랑카에서의 삶은 지금도 내게 자연의 힘을 상기시켜준다. 맨해튼의 고층아파트 35층에 사는 지금도 나는 자연을 놓치지 않으려 애쓴다. 오전 5시면 뉴욕은 도시 전체가 빨갛게 불탄다. 태양이 떠오르는 딱 5분 동안. ‘붉은 아침’이 주는 활력이란!”

● 팝아트와 60년대 패션

자보 부사장 곁에는 올 가을 메이크업 룩을 완성하는 데 영감을 준 소재들이 놓여 있었다. ‘스파이더맨’ 인형과 만화책, 미술 작품을 찍은 사진들이었다. 자보 부사장은 도쿄와 파리의 만화 가게 앞에 길게 줄을 늘어선 사람들, 최근 세계 동시 개봉된 영화 ‘엑스맨2’, 현재 뉴욕에서 촬영 중인 ‘스파이더맨Ⅱ’ 등의 사례를 들어 만화의 팝 아트적 요소를 트렌드로 정했다.

―미술 전시회에서도 아이디어를 얻는다고 들었는데….

“올해 베니스 비엔날레에서 영국의 대표 아티스트로 선정된 크리스 오필리는 점무늬를 서로 겹치거나 잡지에서 오린 사진들, 반짝이는 압정을 겹쳐 붙인 작품을 선보였다. 올해 초 뉴욕 휘트니 미술관에서 열린 ‘미국의 유산(American Legacy)’전에는 로이 리히텐슈타인의 작품, 앤디 워홀의 팝 아트 등이 큰 호응을 얻었다. 또 뉴욕 구겐하임 미술관에서는 ‘무빙 픽처’라는 이름의 전시회가 열리고 있다. 곧 알렉산더 칼더의 모빌들이 다시 주목받게 될 것이다. 60년대 디자이너들이 즐겨 썼던 컬러풀하고 대담한 무늬의 프린트와 미니스커트 등 패션 트렌드도 최근 미술계의 유행과 일맥상통하는 것이다.”

이런 분석을 통해 탄생한 에스티로더의 가을 메이크업은 얼핏 광대처럼 보일 만큼 동그랗고 선명한 눈매를 연출하는 것이 특징이다. 코발트블루, 초콜릿, 제트 블랙 등의 강한 색을 눈동자 아래 위로 동그랗게 칠하고 실버 그레이, 짙은 회색, 화이트 등 무채색을 바깥쪽 테두리에 칠한다. 포장용기도 동그란 눈매를 연상시키는 깜찍한 디자인으로 제작됐다.

글=김현진기자 bright@donga.com

사진=신석교기자 tjrr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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