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책]'아버지의 남포등'…"아버지! 애쓰셨어요"

  • 입력 2003년 5월 20일 20시 1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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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 남포등/윌리엄 암스트롱 글 김종도 그림 서미현 옮김

/152쪽 8000원 소년한길(초등 고학년 이상)

‘독자의 마음 속에 육체적인 아픔에 가까운 고통을 잊을 수 없으리만큼 또렷이 각인시키는 작가’란 평처럼 차분하지만 감동적으로 가난과 편견에 맞서는 흑인가족의 이야기를 그렸다. 뉴베리상을 수상한 성장소설.

건장한 체격의 아버지와 신앙심 깊은 어머니 사이에서 아이는 배가 고팠지만 글 배우기를 꿈꿀 정도로 정신적으로 편안했다. 그러나 아버지가 어느 해 겨울, 배를 곯는 식구를 위해 백인들의 창고에서 햄을 훔쳐 오면서 잔인한 바깥세계와 맞닥뜨린다. 보안관들이 들이닥쳐 아버지를 끌고 가고 사냥개 쩌렁이마저 총을 맞고 사라진다. 큰 산처럼 언제나 자신을 보호해 주던 아버지와 쩌렁이를 한꺼번에 잃은 것이다. 그러나 희망을 잃지 않으려는 몸부림과 아버지에 대한 애잔한 사랑이 아이를 성숙시킨다. 불구가 돼 돌아온 쩌렁이와 역시 꼽추가 돼 나타난 아버지가 독자의 가슴을 후빌지 모르지만 아이에게는 상처를 주지 못한다. 얼마 안돼 사냥 나갔다 죽은 아버지를 발견하고 “애쓰셨어요, 애쓰셨어요, 아버지”라고 말할 정도로 이미 사랑하는 존재에게 일어난 변화를 받아들이는 법을 배운 것이다.

김진경기자 kjk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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