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홍선생님 제자 “30년전 스승은혜 서예展으로 보답”

  • 입력 2003년 5월 14일 18시 2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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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여년 전 초등학생이던 자신들의 스승 이수홍씨(가운데)를 위해 15일 서울에서 고희기념 서예전을 여는 제자들이 13일 준비모임에 스승을 초대해 학창시절에 관한 이야기꽃을 피우고 있다. -박주일기자
30여년 전 초등학생이던 자신들의 스승 이수홍씨(가운데)를 위해 15일 서울에서 고희기념 서예전을 여는 제자들이 13일 준비모임에 스승을 초대해 학창시절에 관한 이야기꽃을 피우고 있다. -박주일기자
“아홉 살, 열 살이었던 꼬마들이 이렇게 자라 내 고희전(古稀展)을 열어 준다니 얼마나 즐거운지 잠을 이룰 수가 없었습니다.”

스승의 노안(老顔)에는 미소가 가득 번졌다. 이미 40대로 성장한 당시 ‘꼬마’들의 얼굴에도 덩달아 웃음꽃이 피었다.

초등학교 스승과 제자가 ‘졸업 20여년 후 재회 약속’을 지킨데 이어 제자들이 30여년 만에 스승의 고희를 축하하는 서예전시회를 마련했다.

서울 영훈초등학교 3∼8회(1973∼1978년) 졸업생 26명은 스승의 날인 15일부터 21일까지 서울 종로구 관훈동 백악예원에서 ‘지호 이수홍(芝湖 李秀弘) 고희 기념 한글 서예 작품전’을 열기로 했다.

13일 서울 강남구 대치동 포스코센터에서 고희전 준비모임을 가진 5회 졸업생 조용두씨(43·포스코 경영연구원 수석 연구위원)는 “선생님으로부터 서예를 배우며 쌓은 자신감과 인내심이 이후 30년간 인생의 큰 버팀목이 됐다”며 “우리가 사회의 동량이 될 수 있었던 것도 모두 선생님 덕분”이라며 감사해 했다.

고희전을 함께 준비한 제자들은 학계, 법조계, 비즈니스계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맡고 있다. 신욱희 서울대 외교학과 교수, 최준곤 고려대 물리학과 교수, 김도연 국민대 언론정보학과 교수, 여훈구 사법연수원 교수, 김명한 성남지원 판사 등이 그들. 동양화가 김혜원씨, 서양화가 장은경씨는 스승의 가르침을 받고 예술의 길로 들어섰다.

이씨는 당시 졸업하는 제자들에게 일일이 ‘정성 성(誠), 효도 효(孝)’라고 쓴 글을 나눠주며 “내 환갑이 되는 1994년, 서울 남산 어린이회관 앞에서 노란 손수건을 달고 만나자”고 당부했다. 이씨가 6학년 담임을 맡았던 8회 졸업생 이경원씨(40·옥타놈코리아 이사)는 “약속 당일 설레는 마음으로 남산에 올랐더니 선생님께서 12명의 동기들과 노란 손수건을 들고 서 계셨다”며 “선생님께서는 20여년이 지났는데도 우리 얼굴을 바로 알아보셨다”고 감격해했다.

서울대 신욱희 교수는 “이수홍 선생님은 붓글씨뿐 아니라 평생 평교사로 재직하며 온 정성을 들여 학생을 가르쳤던 분으로 내 평생 가장 기억에 남는 은사님”이라고 말했다.

이씨는 서울 영훈초등학교에서 평교사로 31년6개월간 봉직했으며 1999년에 정년퇴임했다. 대한민국 서예대전 초대작가와 심사위원, 한국서예협회 부이사장을 역임했으며 이번 작품전에는 모두 70여점의 한글 서예 작품이 전시된다.

전지원기자 podrag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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