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에 발목 잡힌 '방송 독립'…2期 방송위 잡음속 출발

  • 입력 2003년 5월 11일 18시 5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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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출범한 2기 방송위원회가 부위원장 선출방식을 둘러싼 갈등과 특정 위원 임명에 대한 방송위 노조의 반발로 출범 첫날부터 삐걱거리고 있다. 또 위원장과 부위원장에 대통령 및 민주당 추천 인사가 선임됨으로써 방송위가 영향력을 행사하게 될 KBS와 방송문화진흥원의 이사회 구성 등 방송계의 굵직한 현안이 정치권의 입김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게 됐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10일 오전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으로부터 임명장을 받은 새 방송위원 9명은 이날 오후 상견례 겸 첫 회의를 갖고 대통령이 추천한 노성대(盧成大·63) 전 MBC 사장을 방송위원장으로, 민주당이 추천한 이효성(李孝成·52) 성균관대 교수를 부위원장으로 호선했다. 위원은 이 밖에 유숙렬(柳淑烈) 문화일보 여성전문위원, 조용환(趙庸煥) 법무법인 지평 대표변호사(이상 대통령 추천), 성유보(成裕普) 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 이사장(민주당 추천), 양휘부(梁輝夫) 전 한나라당대통령후보 언론특보, 박준영(朴埈永) 전 SBS 전무, 윤종보(尹鍾保) 전 안동MBC 사장(이상 한나라당 추천), 민병준(閔丙晙) 한국광고주협회장(현 방송위원·자민련 추천) 등이다.

위원장은 만장일치로 선출됐으나 부위원장 선출방식을 둘러싸고 표결을 통해 뽑는 방식에 대해 한나라당 추천위원 3명이 “조율과 합의를 통해 선출하자”며 반발, 결국 한나라당 추천위원들이 불참한 가운데 표결이 진행됐다. 나머지 3명의 상임위원 호선은 무기한 미뤄졌다.

이에 앞서 방송위원들의 첫 회의는 방송위 노조의 저지로 2차례나 무산돼 결국 서울 시내 모 호텔에서 비밀리에 회동하는 등 험난한 미래를 예고했다. 방송위 노조는 “노 위원장은 경영능력과 방송의 독립성 측면에서, ‘방송위의 정부 조직화’에 대한 소신을 갖고 있는 이 부위원장과 대통령후보 언론특보 출신인 양 위원은 방송의 독립성 측면에서 모두 부적격한 인사”라며 이날 임명철회를 요구했다. 김도환 노조위원장은 “국회의 축소판이나 다름없는 2기 방송위원회 구성을 인정할 수 없다. 사태 해결을 위해서 결자해지의 심정으로 임명권자(대통령)나 당사자들이 결단을 내릴 것을 촉구한다”며 “그렇지 않을 경우 12일부터 위원장 및 부위원장에 대한 출근저지 투쟁을 벌이겠다”고 밝혔다.

연세대 신문방송학과 최양수(崔良洙) 교수는 “방송위원들이 각 정파의 ‘특파원’처럼 인식되고 있는 현실에서는 방송이 결코 정치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며 “방송위의 모델이 된 미 연방통신위원회(FCC)의 경우 당파성 없는 법률 통신 전문가나 경제학자를 임명하는 것이 전통이자 관례”라고 말했다.

한편 부위원장 선출과 관련, 양 위원은 11일 “불공정하게 회의를 진행한 노 위원장의 사회권을 앞으로 인정하지 않을 것이며 이 부위원장의 선출 무효화 및 노 위원장의 사과를 요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나라당 이규택(李揆澤) 총무는 “명시적 합의는 없었으나 부위원장은 한나라당 추천 위원이 되어야 한다는 우리 당의 주장에 민주당이 특별한 언급을 하지 않아 이에 긍정적인 입장을 보인 것으로 여기고 있었다”면서 “밀실에서 날치기로 이뤄진 선출에 대해 국회 차원에서 강력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승재기자 sjda@donga.com

박민혁기자 mh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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