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가 흐르는 한자]<561>曲 突 徙 薪 (곡돌사신)

  • 입력 2003년 4월 22일 17시 1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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曲 突 徙 薪 (곡돌사신)

突-굴뚝 돌 徙-옮길 사 薪-땔감 신

牢-우리 뢰 然-그러할 연 席-자리 석

독자의 질문이 있었다. 지난 번 ‘亡羊補牢’(망양보뢰)를 설명하면서(2003.4.2) ‘曲突徙薪’을 언급한 적이 있었는데 여기에 대해 보다 자세한 내용을 알고 싶다는 것이었다.

인간이 만물의 靈長(영장)이기는 하지만 허술한 구석도 많다. 인공위성을 쏘아올리고 달을 정복하는 등 한껏 과학을 뽐내지만 아직도 난치병은 많으며 무엇보다도 한 치 앞도 내다보지 못한다. 어찌보면 인간은 우둔한 존재이기도 한 것이다. 그래서 살다보면 여러가지 예기치 못한 상황에 빠지기도 하며 일이 터지고 나서 허둥지둥한다. 미리미리 손을 써 두면 얼마나 좋을까. 곧 未然(미연)에 방지하는 것이다.

어떤 나그네가 객지에서 묶게 되었다. 주인집의 굴뚝이 너무 곧게 나 있어 불길이 새어나왔다. 게다가 그 옆에는 마른 장작이 가득 쌓여 있지 않은가. 그 나그네는 은근히 걱정이 되었다.

“빨리 굴뚝을 굽혀 놓으시오. 장작도 멀리 옮겨 놓고. 그렇지 않으면 불이 날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주인은 들은 척도 하지 않았다. 아니나 다를까. 이튿날 정말 불이 났다. 다행히도 이웃집 사람들이 도와 큰 피해는 없었지만 나그네의 예언은 적중했던 것이다. 주인은 성대한 잔치를 벌였다. 주위 사람들의 노고를 위로하기 위해서였다. 손님들의 좌석도 불을 끌 때 도와준 노력의 정도에 따라 배치했다. 곧 불을 끄다 화상을 입은 사람은 맨 上席(상석)에, 약간 상처를 입은 사람은 그 다음 자리에 앉혔다. 그러면서 나그네에게는 末席(말석)조차 주지 않고 서 있게 했다. 그러자 누군가 말했다.

“주인장, 내가 보기에 무엇인가 잘못 된 것 같소. 잔치를 벌여 노고에 답하는 것은 좋지만 불이 나기 전에 미리 방지했더라면 더욱 좋았을 것 아니오. 진작 나그네의 말을 들었다면 이런 화는 당하지 않았을 것이오. 그렇다면 저 나그네의 공은 어떻게 된 거요?”하며 저만치 서 있는 나그네를 가리켰다. 그제서야 주인은 잘못을 뉘우치고 얼른 나그네를 맨 상석에 앉혔다. ‘曲突徙薪’(굴뚝을 굽히고 장작을 옮김·곧 미리미리 대비함)의 故事(고사)다.

‘소읽고 외양간 고친다’는 말이 있다. 어떤 일을 당한 뒤 비로소 대비책을 마련한다는 뜻이다. 때를 놓쳐 낭패를 맛보는 경우로 비슷한 뜻의 한자어에 ‘死後藥方文’(사후약방문)이라는 것도 있다. 그것보다는 미리 대비책을 세우는 것이 좋지 않을까.

鄭 錫 元 한양대 안산캠퍼스 교수·중국문화 sw478@ya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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