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腦 집중해부]'남자다움'과 여성스러움' 차이의 비밀

  • 입력 2003년 3월 23일 17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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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다움’과 ‘여성스러움’.

여성학자들은 이 표현에 거부감을 느낄지 모르겠다. 언뜻 여성을 미화(美化)하는 듯 하지만 내심 성(性)적 비하를 통해 남성 중심의 지배구조를 공고히 하려는 ‘야만적’인 이데올로기라고 여길 수도 있겠다.

그러나 생물학적으로 봤을 때 이 표현은 틀리지 않다. 남녀의 뇌 구조가 서로 달라 남성성(性)과 여성성이 분명히 존재하기 때문이다. 가령 여자가 평행 주차를 잘 못한다거나 수다를 잘 떠는 점, 남자가 쉽게 흥분하고 신문 또는 TV를 볼 때면 주변의 소리를 잘 듣지 못하는 점은 뇌의 구조로 설명이 가능하다.

남성의 ‘∼다움’은 직관적이고 논리적인 왼쪽 뇌를 많이 사용한다는 점에서, 여성의 ‘∼스러움’은 섬세하고 감성적인 뇌의 활동이 많다는 점에서 모두 적절하게 사용된 접미사라고 할 수 있다.

▽여성의 뇌가 활발하다=성인의 뇌 무게는 남자가 1.4∼1.5㎏, 여자가 1.25∼1.3㎏으로 남자가 8% 정도 무겁다. 그러나 뇌의 활동은 여자가 오히려 활발하다.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대 마크 조지 박사에 따르면 두뇌활동을 할 때 남자는 뇌의 특정부위에서만 신경세포가 활동하지만 여자는 여러 부분의 신경세포가 동시에 움직이기 때문이다.

여성은 왼쪽 뇌와 오른쪽 뇌를 연결하는 두꺼운 신경다발인 ‘뇌량(腦梁)’이 남성보다 오밀조밀하고 10% 정도 넓다. 따라서 양쪽 뇌 사이의 상호작용이 훨씬 활발하다.

뇌의 활동이 활발하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여자의 평균 수명이 남성보다 5∼7년 길다. 100세 이상 장수한 사람도 여성이 남성보다 2배 이상 많다.

반면 뇌의 노화 속도는 남성이 빠르다. 뇌에서 포도당을 소비하는 속도가 빠른 데다 음주와 흡연 등으로 노화를 가속화하기 때문이다. 뇌가 늙어가면서 위축되면 주의력이 떨어지고 화를 잘 내게 된다. 남성이 나이가 들면서 까다롭고 심술궂게 변하는 경우가 많은 것도 이 때문이다.

▽남성다움과 여성스러움=예일대 샐리 셰이위츠 교수가 자기공명영상(MRI)으로 남녀의 뇌를 촬영한 결과 남성은 하등동물에게 많이 발달해 있으며 폭력성과 관계 있는 ‘변연계’의 활동이 두드러졌다. 반면 여성은 섬세한 감정조절을 하는 ‘띠이랑’ 부위의 활동량이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흔히 말하는 ‘남성다움’과 ‘여성스러움’이 뇌의 구조에서 기인한다는 단적인 예다.

남성다움을 결정하는 호르몬 ‘테스토스테론’은 고환에서 분비되지만 뇌의 시상하부에서 조절하고 통제한다. 미국 스탠포드대 러셀 퍼놀드 박사팀은 동물실험 결과 수컷의 시상하부가 암컷보다 크며, 무리의 우두머리가 되려는 수컷은 눈에 띄게 시상하부가 커진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남성다움이 무너지는 경우 한가지. 술에 취하면 남성의 뇌는 평소에 단단히 구획으로 나뉘어 있던 경계가 흐트러져 여성처럼 말이 많아진다.

여성이 잘 웃고 이야기를 많이 하며 ‘분위기’를 파악하는 능력이 뛰어난 것은 앞서 밝힌 것처럼 양쪽 뇌의 상호작용이 활발하기 때문이다. 여성이 슬픈 감정을 잘 느끼는 것도 뇌의 활동 때문이다. 조지 박사는 “여성이 슬픈 상황을 접하면 우울한 느낌을 전달하는 뇌의 신경세포 활동이 남성의 8배 정도에 이른다”고 말했다. 실제 여성의 우울증 발병률은 남성의 2배나 된다. 펜실베이니아대 라켈커 박사의 재미있는 실험 하나. 여러 장의 여성 배우 사진을 보여줬을 때 슬픔에 찬 여성 배우를 알아챈 사람 역시 여성이 남성보다 많았다.

▽언어, 기억, 공간지각능력=언어 기능을 주관하는 것은 왼쪽 뇌다. 따라서 왼쪽 뇌가 손상을 받으면 언어장애가 나타난다. 그러나 왼쪽 뇌의 손상부위와 정도가 같더라도 남성의 언어장애가 더 심한 게 보통이다.

남성은 언어와 관련된 일을 할 때 주로 왼쪽 뇌를 사용하지만 여성은 이 경우에도 양쪽 뇌를 모두 사용하기 때문이다. 쉽게 말하면 여성은 ‘여분의 뇌’를 가지고 있는 것이다.

듣기, 말하기, 기억하기 등을 주관하는 ‘센터’인 측두엽 부위의 신경세포 숫자도 여성이 남성보다 10% 정도 더 많다. 셰이위츠 교수의 한 실험에서 여성은 남성보다 동일한 철자로 시작하는 단어, 색깔과 형태를 나타내는 단어, 동의어를 더 빨리 더 많이 생각해 냈다.

뉴욕대 연구팀은 어떤 물체를 보여준 뒤 그 형태와 위치를 기억하는 실험을 실시했다. 실험 결과 여성의 평균점수는 105점으로 남성(100점)보다 높게 나타났다. 심리학자 토머스 크룩 박사가 남녀 5만명의 기억력을 검사한 연구에서도 모든 연령층에서 여성의 기억력이 높았다.

반면 남성은 분석적인 왼쪽 뇌를 많이 사용하기 때문에 공간지각능력이 뛰어나다. 길을 찾을 때 여성은 지형지물 등 주변 이미지에 의존한다. “여기에 가게가 있고 저기에 주유소가 있었지”하는 식이다. 그러나 남성은 분석을 통해 방향과 거리를 이해한다. “서쪽으로 1㎞ 간 뒤 다시 북쪽으로 3㎞ 가면 된다”는 식이다. 남성이 주차를 잘하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목표물을 정확히 맞히는 한 실험에서도 목표물과의 공간을 세밀하게 분석한 남성이 ‘이미지’를 중시하는 여성보다 높은 점수를 얻었다.

김상훈기자 core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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